[2024 밸류業금융⑨] '국민은행에 과태료' 제재한 금감원… 논란에도 '책무구조도'가 시급한 이유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최근 국내 금융권에서 '내부통제' 문제는 갖가지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내부통제 사고는 그 내용에 따라, 금융회사의 대외 평판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밸류업(기업가치제고)에 나서고 있는 금융회사들에게는 치명적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 6월 우리은행 김해지점에서 발생한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와 같은 특수 경제 범죄 수준의 사고도 있고, 내부 직원이 자신의 실적을 쌓기위해 제멋대로 고객의 서명을 위조해 고위험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초래한 사례도 있다.
또한 은행 직원이 대출 실적을 늘리기 위해 대출신청자(차주) 재직‧소득증빙서류가 허위임을 알고도 대출을 실행해 준 사례 또한 적지않다.
이같은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수단은 이미 십수년전부터 마련돼 있었다. 현장에서 규정이 지켜지지 않을 뿐이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은행권의 내부통제 문제는 사실 은행 직원이 규정대로 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90%가 넘는다.
특히 올 상반기, 노년층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홍콩 ELS' 사태는 은행 판매 창구에서 직원이 '설명의무' 충족 등 원칙을 지켰다면 거의 막을 수있는 사고였다.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명백함에도 은행권은 '자율배상'이란 이유로 배상에 100%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일부만 배상하면서도 자율배상율 70%를 달성했네, 80%달성했네 하면서 자랑하는 것은 여전히 국내 금융권의 심각한 윤리적 후진성을 그대로 나타낸다.
◆부적절 대출 및 부실한 사후관리 관행… 금감원의 밝힌 KB국민은행 사례 보니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자로 KB 국민은행에 과태료 6000만원을 부과하고, 관련 직원들에게는 면직 및 정직 3개월을 처분하는 제재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은행 A지점은 지난 2021년 7월6일부터 2022년 12월2 기간 중 차주 42명에게 총 67(168억5800만원)의 대출(여신)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여신을 심사했다.
A지점에서 기업금융업무 등을 담당하였던 A팀장은 부동산중개업자 B씨를 통해 소개 받거나 직접 물색한 차주가 국민은행에서 정상적으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큰 금액을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소득금액 수준을 안내했다.
이후 A팀장은 B씨 또는 차주들로부터 제출받은 재직‧소득증빙서류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이를 근거로 대출을 취급했다.
뿐만 아니라 서류를 복사한 후 오려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일부 차주의 소득증명서 4부 및 예금잔액증명서 1부를 직접 변조하기까지했다.
아울러 A팀장은 차주가 여신 신청 서류상 기재한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대출자금을 사용할 것임을 알면서도 여신을 취급함으로써 명목상 차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대출을 취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또 다른 팀장 B씨는 여신심사시 차주의 소득증빙서류상 소득금액보다 큰 소득 금액을 입력하거나 자금 용도와 무관하게 대출한도를 증가시킬 목적으로 신규 개인사업자등록을 요청해 개인사업자대출을 취급했다.
B팀장은 특히 소득증빙서류가 위·변조됐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확인없이 대출을 취급하는 등 여신심사를 부적정하게 했다.
한편 여신 사후 관리에 부적절한 행태도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A지점은 2021년 9월16일부터 2022년7월27일 기간 중 취급한 차주 9명에 대한 여신 총 11건(38억9700만원)에 대한 자금용도외 유용 사후 점검시, 자금의 용도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지 않거나 입출금 내역만 첨부하는 등 용도외 유용 점검을 적정히 수행하지 않았다.
물론 국민은행은 내규(여신규정 제23조)에 '모든 여신은 취급시부터 회수시까지 용도외 유용방지와 담보, 기타 권리의 보전 및 승인조건을 준수 이행함으로써 여신의 건전한 운용과 원활한 회수를 기하도록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여신이 본래의 용도외로 유용될 경우, 결국 연체율이 높아지고 끝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보다 엄격한 관리 책무의무… 실효성 논란에도 '책무구조도'가 그래도 필요한 이유
이러한 내부통제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해소하기위한 노력중의 하나가, 올해 7월3일부터 시작된 개정 지배구조법상의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의 도입이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보다 분명하게 구분하고, 나아가 ‘신분 제재’의 강도를 높여 보다 적극적인 책임경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총괄관리자(대표이사)가 통상적으로 C레벨로 불리는 임원 등 관리자에게 업무를 정확하게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에게 책임을 보다 구체적으로 묻는 ‘신분제재’가 대폭 강화된 것이 핵심이다.
‘지배구조법’ 시행령에서 규정된 ‘책무’의 범위는 크게 ▲경영관리 ▲위험관리 ▲영업 부문 등 3가지 영역이다.
비록 '책무구조도'가 지나치게 금융회사 임원들의 창의적 활동을 위축 시킬 수 있다며 일각에선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금융권 내부통제 실패 사례를 보면, 도입의 필요의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국내 금융권에서의 실질적인 실행은 금융지주사와 은행을 시작으로, 책무구조도 제출 마감한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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