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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테무에서 산 OO" 밈까지…실상은 中 가전·스마트폰 무시 못 해

옥송이 기자
화웨이의 3중 폴더블폰인 '메이트 XT'를 펼친 모습. [ⓒ화웨이 공식 웨이보 영상 갈무리]
화웨이의 3중 폴더블폰인 '메이트 XT'를 펼친 모습. [ⓒ화웨이 공식 웨이보 영상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중국산이 하다 하다 밈(meme)까지 정복했다. 이른바 '테무에서 산 OO~'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테무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진격한 데서 생겨난 온라인 유행어다. 현재 이 밈의 활용법은 다음과 같다. 특정 인물이나 사물과 다소 애매하게 닮은 상황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테무에서 산 정우성'은 실제 배우 정우성이 아니라 특정 표정을 지었을 때 닮은 사람을 일컫는다. 테무에서 산 박서준, 차은우 등 응용처도 다양하다.

지금은 SNS에서 닮은 꼴 놀이에 자주 언급되는 밈이나, 기저에는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자리한다. 태초에 이 유행어는 저렴한 중국산을 구매했다가 실망하거나 황당함을 겪은 소비자들의 사례가 배경이기 때문이다. 가격대가 높은 정품을 사기 부담스러워 테무 등 C커머스에서 정품과 비슷하되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구매했으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나, 국내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다량 검출된 식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테무에서 산 빵 모양 무드등이 실제 빵이었던 다소 터무니없는 사례도 있다.

테무에서 산 OO은 중국산은 곧 짝퉁의 온상, 기술적으로는 국내 기업을 따라오려면 멀었다고 여기는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힌 이미지와 달리, 가전 및 전자 제품에 있어 중국산의 실상은 웃고 넘길 수 없는 수준이다. 위상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과거 국산 TV나 가전 베끼기에 여념 없던 중국 제조사들이 이젠 국내외 테크 기업을 상대로 기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TV의 경우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이 이미 LCD 시장을 장악한 것은 물론, 이제 삼성·LG가 강조하는 프리미엄 TV와 경쟁을 벌인다. 프리미엄군으로 분류되는 미니 LED TV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얇고 가벼운 점을 특기로 폴더블폰 시장에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올해 1분기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화웨이는 기술 제재를 가했던 미국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애플이 자사 첫 AI폰인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한 10일, 시간 차를 두고 신제품인 3중 폴더블폰을 발표했다. 반응은 뜨겁다. 중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선주문량은 360만 건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는 최소 중국 국내에서는 혁신의 왕관을 차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밈은 밈일 뿐. 거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기술 굴기까지 이어가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한 인정과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지난 10일(현지시간) 폐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참석한 조주완 LG전자 CEO는 중국 TV 제조사에 대해 "중국 업체는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 TCL과 하이센스의 기술력과 가성비를 의식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간 상위 60% 고객에게 맞는 가격을 공급하면서 프리미엄이라 했으나, 앞으로 70~90%까지 프리미엄 전략을 폭넓게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바짝 추격해 오는 새로운 경쟁자의 장단점을 알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미래를 준비할 때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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