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없는 찐빵” 전금법 개정안…‘겸업PG’ 티몬·위메프 잡을 핀셋규제 빠져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이하 티메프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각종 법률 개정안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계에서는 명확한 규제 기준 및 책임 범위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실효성 없는 개정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사태 책임은 ‘전업PG사’에 있지 않고, 티몬·위메프와 같은 ‘겸업PG사’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보다 세밀한 핀셋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24일 PG업계에 따르면 KG이니시스 및 헥토파이낸셜 등 주요 PG사 관계자들은 전날 개최된 ‘대규모유통업법,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합동 공청회’에 참석해 정부가 제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PG업 재정의로 티몬·위메프 규제 대상 제외?...“전금법 개정 필요성 의문”
이날 공청회에서 전금법 개정안과 관련해 PG업계 입장을 대변한 김광일 KG이니시스 법무팀장(변호사)과 최정록 헥토파이낸셜 상무는 공통적으로 PG사에 대한 추가 규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김 팀장은 “이번 전금법 개정 계기는 PG업 등록이 돼있던 일부 이커머스사 하위 셀러 정산대금 유용”이라며 “그러나 제시된 전금법에 따르면, PG업을 재정의해서 이커머스사를 PG업 등록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정책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금법 개정을 통한 전업 PG사에 대한 규제 강화의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PG업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의 일반적인 내부 정산 등 활동 마저 PG으로 규정할 경우, 지나치게 넓은 사업자가 규제 대상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이같이 불분명하게 개정된다면, 티몬·위메프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이 자기 사업 일부로서 대금을 수취해 내부정산을 해주는 경우를 PG업에 포함되지 않게될 수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와 공정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법’으로 이커머스 규율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면 전금법 개정 당위성은 더욱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김 팀장 지적이다. 티메프사태 주범인 티몬·위메프는 PG업 재정의로 대상에서 제외됐고, 결과적으로 티메프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격인 여타 PG사만 강화된 개정안 규제를 받게 된다는 맹점을 짚어준 셈이다.
김 팀장은 PG사 규제를 강화하기 이전에 PG사의 책임 범위를 먼저 명확히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PG사는 이미 카드사로부터 미정산금 손실액을 떠안는 등 과도한 책임 범위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날 공청회 토론 발제문을 통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PG사는 신용카드회원의 거래 취소 또는 환불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으며, 티메프사태와 같이 업체가 도산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렀을 때, PG사는 취소·환불 대금을 지급보류금을 통해 처리하고, 지급 보류금을 상회하는 손해를 부담하고 있다”며 “PG사가 제 3자의 채무를 부담하는 현행 제도가 과실책임 원칙에 비춰봤을 때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은 티메프사태 발발 시점부터 지속됐다. 티메프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소비자 환불 신청이 쇄도하자 카드사들은 우선 현행법상 PG사 할부대금 환불의무를 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PG사에 책임을 넘겼다. 이에 PG협회는 카드사도 결제 시스템 주체로서 티메프사태 피해자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카드사도 결제 과정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등 이익을 향유한 만큼 피해 분담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청회 정부 측 인사로 참석한 전요섭 금융위원회 국장은 “카드사와 PG사 책임 분담 문제는 여신전문금융업법 문제로, 현재 담당 과에서 지금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범인은 ‘겸업PG’ 영위하던 티몬·위메프…”겸업PG 관리감독 강화 필요”
같은날 공청회에서 최정록 헥토파이낸셜 상무는 “전업 PG를 영위하는 사업자는 해당 정산금 규정을 준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티메프사태는 겸업PG사 자금 유용이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개정 방향이 겸업PG사는 관리감독 될 필요가 없도록 규정하면서 전업PG사만 규율 되게 되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람들이 흔히 PG사라고 하면 떠올리는 기업들로는 ▲KG이니시스 ▲다날 ▲헥토파이낸셜 ▲나이스페이먼츠 ▲NHN KCP ▲한국정보통신 등이 있다. 최 상무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PG업무를 주요 수익모델로 내세운 ‘전업PG사’다.
이들은 전업으로 PG업무를 이행하는 만큼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이용자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핵심 사업 역량이다. 아울러 카드사와 가맹점으로부터 PG 대행 업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이기에 정산 주기도 짧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즉, 시장 경쟁 관점에서 ‘을(乙)’ 위치인 전업PG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티메프사태와 같은 대형사고를 치기 쉽지 않은 입장이다.
반면 티몬·위메프와 같이 PG 업무 외 업무를 주요 수익모델로 삼은 기업은 ‘겸업PG사’라는 것이 최 상무 설명이다. 겸업PG사는 전업PG사와 완전히 입장이 다르다. 플랫폼중개사업과 같이 PG업이 아닌 주 사업모델이 있기 때문에 굳이 PG업무 대행 계약을 늘리기 위해 가맹점이나 카드사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구태여 정산주기를 짧게해 PG업무 대행 계약을 체결할 이유도 없다. 플랫폼 내에 카드사 결제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전업PG사와 1차 PG 대행 업무를 체결하면 될 뿐이다.
이에 따라 최 상무는 규제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먼저 겸업PG에 대한 강화된 규정이 필요하며, PG 또는 중개사업자의 정산금 유용 및 재무 관리에 대한 강화된 감독 기준이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의 적극 행정을 위한 충분한 인원과 조직, 행정 조치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상무는 ‘표시주의’ 규정 도입도 새롭게 제안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종 결제 관련 기관의 안정성을 표시해 보여주자는 아이디어다. 소비자나 입점 판매자가 직관적으로 안전하지 않는 위험 PG사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해 자금 유용 등 비위를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다.
최 상무는 “(표시주의는) 많은 민주자본주의 선진국에서 시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표시주의를 선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활발히 행해지는 방법”이라며 “티메프사태에서도 이용 소비자와 판매자가 위험 여부를 사전에 외견상 쉽게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금융업권 사례를 살펴보면, 수신 기관의 안정성을 표시하기 위해 자기 자본 비율과 고정이하여신(여신 5단계 지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서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의미) 비율 등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고시하게 하고 있다”며 “PG업권 사업자에게도 이와 같은 일정 표시 기준을 정해 소비자와 사업자 등에게 적극적으로 고시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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