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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고려아연 적대적 기업사냥 논란①] 공개매수후 배당금 상향?… 주주환원책인가, MBK의 단기 캐시카우 전략인가

최천욱 기자
고려아연 CI ⓒ고려아연
고려아연 CI ⓒ고려아연

- 적대적 M&A 아니라지만 이미 시장에선 사활건 주가 전쟁중

- 적대적 M&A, 기업가치 왜곡 단기적 시세차익 기회줄 수 있지만 선량한 개인·기관에게 막대한 손해끼칠 우려도

[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 매수로 경영권 분쟁을 불러일으켰던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또 다시 국내 주식시장에서 적대적 M&A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핵심 주주간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고려아연 지분을 가진 일반 주주들은 적대적 M&A 이슈로 인해 최근 주가가 급등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적대적 M&A 이슈 효과는, 영풍과 MBK파트너스측이 장내 공개 매수에 실패할 경우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기때문에 신규 투자자들이 큰 낭패를 볼 수 있고, 또 시장에 큰 불신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모펀드를 앞세운 경영권 분쟁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 최대주주가 돼 MBK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를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이다.

공개매수 대금은 약 2조원이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자금 약 5026억원과 NH투자증권에서 패키지딜로 조달한 외부 차입금 1조4905억원 등이다.

이번 공개매수 딜의 주관사로 선정된 NH 투자증권은 1조4905억원을 차입금으로 제공(고정금리 연 5.7%, 차입기간 9개월)하면서 수수료로 670억원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작정하고 큰 싸움을 준비한 듯한 인상이다. 패키지딜이란 공개매수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인수자금 대출까지 도맡는 방식을 뜻하는 것으로 국내 M&A시장에선 흔하지 않은 방식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측은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드러난 행태는 전형적인 적대적 M&A의 모양새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내 공개매수 선언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과연 M&A 성공할 수 있을까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적대적 M&A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경영권을 확보한 후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고려아연의 현금성 자산을 끌어오는 방법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즉, 기존보다 배당성향을 높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영풍측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려아연의 배당액을 주당 2만5000원대까지 확대하도록 이사회와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최근 3개년 평균 주당 배당액이 1만8333원임을 감안할때, 주당 7000원 가까이 배당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주주환원책의 강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가장 큰 수혜는 MBK파트너스가 볼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MBK파트너스가 목표 지분을 확보한 후 배당성향을 높인다면, 이를 통해 투자금을 중간 회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된다는 분석이다. 목표 수익율을 채우면 다시 지분을 매각해 최대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의 특징을 감안했을때,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에게는 고수익을 창출하는 단기적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측도 배당수익이 예년과 비교해 크게 높아지게 된다.

물론 그에 앞서, 아직 영풍측과 MBK파트너스의 장내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커지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66만원이지만 이미 고려아연 주가는 25일 종가기준 70만2000원으로 이미 공개매수가 수준을 넘어선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이처럼 계속 공개매수가 이상에서 형성될 경우에는 그만큼 매수 비용(실탄)이 빨리 소진될 수 있고 자칫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적대적 M&A 불확실성, 순식간에 주가 붕괴될수도… 개인·기관투자자들에게 타격

또한 M&A 불확실성에 따라 주가가 순식간에 무너질 경우,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5일 고려아연 주가는 3개월 최저가인 44만5000원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제로 앞서 작년말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구 한국타이어) 지분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 시작한 적대적 M&A 시도가 결과적으로 수포로 돌아가면서 한껏 달아올랐던 주가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남긴 사례가 있다.

작년 11월말까지만 해도 1만4000원대에 머물던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 전후로 급등해 12월 5일부터 약 2주간 공개매수가인 2만원을 상회했는데 이 기간 동안 주식을 매입했던 투자자들 중 상당수는 손해를 입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25일 종가기준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1만7250원으로 여전히 공개매수가로 제시했던 가격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담보없이도 희망과 기대감만으로도 돈이 모이는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기업가치의 의도적인 왜곡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적대적 M&A는 자칫 기업의 시장 신뢰를 하락시키고,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수십%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단기간에 회복될 수 없는 큰 손실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결과적으로 단기적 수익을 노리는 기업사냥꾼에 의한 M&A로 판명날 경우, 기업 밸류업을 독려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묵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천욱 기자
ltisna7@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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