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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트에 힘실어줘야 하는데”…롯데그룹의 ‘IT 승부수’, 역량에는 의문

권하영 기자
[Ⓒ 롯데이노베이트]
[Ⓒ 롯데이노베이트]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롯데이노베이트가 그룹 차원의 IT 구심점으로 부상하면서 그룹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룹 전반에서 힘을 실어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긴 했지만, 아직 성적표가 처참해서다. 롯데이노베이트가 단순 ‘그룹 전산실’ 오명을 넘어 IT 핵심 계열사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5일 롯데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 등 총 120여명이 모인 롯데그룹 정보화전략 세미나에선 롯데이노베이트를 중심으로 IT 거버넌스를 강화해 그룹 전반의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논의됐다.

업계에선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그룹 차원에서 롯데이노베이트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관계자는 “현재 비상경영체제인 롯데가 IT 사업을 본격화해서 금액을 태우겠다는 것이고 이를 롯데이노베이트 중심으로 가져갈 수 있게 틀을 마련해준 것”이라며 “롯데이노베이트가 원래 유통그룹 소속으로 운신의 폭이 좁았는데 이게 최근 그룹 전체로 역량을 펼칠 수 있게 격상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유통·화학에 주력했던 롯데의 최근 관심사는 IT를 비롯한 신성장동력 발굴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1월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인공지능(AI)을 언급하며 “AI를 단순 업무 효율화 수단이 아닌 혁신 관점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달라”고 독려한 바 있다. 이에 롯데이노베이트는 7월 하반기 VCM에서 AI를 활용한 실행력 강화 전략을 발표하며 화답하기도 했다.

문제는 롯데이노베이트의 사업 경쟁력이 아직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른 롯데이노베이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5631억원, 영업이익은 148억원이다. 전년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1.4% 오르는 데 그치고 영업이익은 35.1% 감소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49.5% 내려앉았다.

롯데이노베이트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주력인 시스템통합/관리(SI/SM) 사업과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전기차충전 사업, 미래먹거리로 보는 메타버스 사업이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62.8%로 아직 그룹사 SI 물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고, 신사업인 전기차충전 사업은 같은 기간 매출이 434억원으로 전체 사업 중 비중이 아직 8%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졈쳐지던 전기차충전 시장은 암초를 만난 상태다.

최근 전기차 화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악재를 맞았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전기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급성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전기차 충전에 대한 안전성을 더욱 중요하게 고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기차 충전 시장의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 충전소의 설치가 확산되면서, 거주자들이 전기차 충전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충전 인프라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전기차충전 자회사 이브이시스는 국내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점과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충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충전 시설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아파트의 경우 신규 충전시설 설치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유통업계에서도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충전 시설에 대한 안전장치 확충이 고민이다. 일각에선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충전시설을 지상으로 빼내자는 제도 개선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메타버스 사업은 2021년 메타버스 자회사 칼리버스 인수 후 적자가 계속돼 올해 상반기에도 6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메타버스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흥미롭고 지속적인 콘텐츠 제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제한된 콘텐츠와 상대적으로 낮은 사용자 경험으로 인해 이용자 유치 및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표 공석을 맞게 된 롯데이노베이트의 향후 경영 방향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예년보다 두달 빠른 지난달 인사평가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그룹의 올해 임원인사는 연말에 실시됐던 지난해보다 조기에 실시될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특히 롯데이노베이트 인사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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