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12개 계열사 차기 CEO 인선 착수… 함영주 회장 거취에 따라 그림 달라진다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12월 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후임 인선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은행, 증권, 카드 등 발군의 실적을 거둔 계열사의 경우,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나는 만큼, 계열사 대표의 임기가 함 회장의 거취 여부에 연동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즉, 함 회장이 임기를 더 이어가지 않을 시 기존 하나금융 계열사 CEO중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을 꾸릴 가능성도 있어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25일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차기 은행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임추위에서 계열사 경영승계 절차를 총괄한다. 하나금융의 임추위원장은 박동문 사외이사이며, 함 회장과 이정원 사외이사, 원숙연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임추위에 참여한다.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증권, 카드 등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들의 후보 인선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는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자산신탁, 하나저축은행, 하나대체투자, 하나에프앤아이, 하나금융티아이, 하나벤처스, 하나펀드서비스, 핀크 등 12곳이다.
앞서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금융권에 제시한 바 있다. 모범관행에 따르면 은행과 금융지주는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이에 하나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들은 서둘러 추석 전후로 계열사 CEO 후보 검증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인사에 있어 '안정'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은 2조6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작년 동기 2조209억원 대비 2.4%(478억원) 늘어난 수치다.
하나은행의 경우, 순이익이 작년 1조8390억원에서 올해 1조7509억원으로 나타나 4.8%(881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홍콩 ELS 손실로 인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올해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작년 대비 크게 좋아졌다. 하나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1166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725억원과 견줘 60.8%(441억원) 늘어났다. 하나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1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346억원보다 무려 279.2%(966억원) 급증했다.
이로인해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다른 계열사 CEO 대비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편으론 실적이 아닌 함 회장의 거취 여부에 계열사 인사의 향배가 달렸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함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조기에 내비친다면, 임추위는 실적에 주안점을 두고 차기 계열사 대표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함 회장이 연임을 포기할 시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 경우, 계열사 CEO 내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으로선 늦어도 12월 말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야 한다.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회장 후보군에 들어간다면 이번 임추위에서 심사하는 차기 계열사 대표 후보군은 새로운 인사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현재로선 함 회장의 연임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함 회장은 2019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로 인해 법정에 섰으나 최종 승소한 바 있다. 그러나 채용비리 관련 항소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만큼, 완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함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차기 회장 후보로는 이은형 부회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 그리고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유력하다. 특히 이 행장과 강 대표는 올해 초 함 회장과 함께 하나금융 사내이사진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함 회장 1인 체제였던 하나금융 사내이사진이 3인 체제로 개편됐다"며 "일각에서는 차기 회장직 수행을 위한 '후계자 수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확인된 부분은 차기 은행장 인선을 위한 절차가 시작된 것이며 다른 계열사나 차기 회장 후보군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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