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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드러나는 ‘애플 뱅크’…“전세계 애플 유저가 은행 고객” 공세 예고

박기록
애플은 이미 ‘애플 페이’(Apple Pay)서비스 하나만으로도 세계 최강의 핀테크 업체다. 일단 글로벌 사용자수에서 압도적이다.

최근 애플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에서 ‘애플 페이’를 중단하자 모스크바 시민들이 결제가 막힐 경우 사용할 현금 확보를 위해 ATM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이를 상징한다.
이러한 애플이 더 깊고 강하게 ‘글로벌 디지털 금융 서비스’ 또는 ‘글로벌 핀테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미래 금융시장’을 위한 인프라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결제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그동안 핀테크 부문은 이 분야의 전문 파트너와 협력해왔는데 이젠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여파로 애플과 각각 파트너 관계였던 카드관리 플랫폼 업체인 코어카드, 선불 직불 카드 및 현금 재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린닷컴퍼니의 주가는 동시에 폭락했다.

◆글로벌에 퍼져있는 수많은 애플 사용자… ‘애플 뱅크’의 잠재 고객

전문가들은 애플이 이제 전세계에 10억대 이상 퍼진 고객 접점을 이용해, 기존보다 더 많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만한 상황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10억 대'라는 의미가 아이폰 사용자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아이폰, 아이패드 등 iOS를 사용하는 모든 애플 디바이스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나라에 퍼져있는 아이폰 사용자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애플 뱅크’(Bank of Apple)의 고객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독자 개발하고자하는 핀테크서비스의 범위는 사실상 현재의 은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불 및 결제를 수행하기위한 계정계시스템의 개발은 뱅킹서비스를 위한 기본이며 핵심 기능이다. 여기에 대출 리스크 평가(리스크관리시스템), 금융 사기분석시스템과 같은 인텔리전스 시스템, 그리고 신용 조회 및 분쟁 처리를 위한 대고객 서비스까지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미 애플은 지난 수년간 '애플 카드', '애플 페이'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진화시켜왔다. 또한 애플은 P2P(개인간)금융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MZ세대 겨냥한 ‘애플 디지털뱅크’… 골드만삭스와 디지털 금융 협력

애플은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금융부문에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애플은 이달 초, 영국의 오픈뱅킹 플랫폼인 크레디트 쿠도스(Credit Kudos)를 인수했다. 크레디트 쿠도스는 신용정보 제공이 전문인 회사다.

애플은 크레디트 쿠도스를 활용해 초단기 소매금융사업인 'BNPL'(Buy, Pay Later)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BNPL은 MZ세대를 겨냥한 초단기 금융서비스다.

참고로, BNPL은 말그대로 '지금 사고 대금은 나중에 지불하는서비스'라는 의미다. 후불결제라는 의미에서 신용카드와 개념은 같지만 카드 수수료 부담 주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즉, 소비자(구매자)는 카드 할부 수수료(금리)를 부담하지 않고 물건을 사고, 가맹점(판매점)이 대신 5~6%의 높은 카드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고, 대신 가맹점들은 기존 신용카드 보다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지만 구매율의 증가로 이를 상쇄해 윈-윈 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장점때문에 지난 2020년, 미국에선 MZ세대가 이같은 BNPL방식의 결제가 7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플 디지털뱅크’,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시장도 겨냥

또 다른 관심은 애플이 암호화폐와 같은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을 통해 결제는 애플의 전자지갑(월렛)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애플의 팀 쿡 CEO도 암호 자산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관심이 많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실제로도 지난해 애플은 구인광고를 내고 암호 및 금융 상품에 대한 경험자들을 채용했다.

만약 애플이 ‘깊이있는 핀테크’를 앞세워 금융시장에 진출한다면 기존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에게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을까.

시장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두가지에서 애플은 이미 강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시장 신뢰'다. 애플은 그동안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존중하는 모바일 디지털 서비스라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왔다. 금융업을 하기위해서는 이같은 대고객 '신뢰'가 필수적이다.

또 하는 안정적인 '자본력'이다. 애플은 은행업을 할만큼 이미 충분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은 약 2000억 달러(한화 약 240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부도위험 등 신용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한편 애플의 파트너인 골드만삭스는 이미 애플에 ‘서비스로서의 은행’(Banking as a Service)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할 의향을 표명하고 있다.

언젠가 구체화될 ‘애플 은행’(Bank of Apple)은 골드만 마커스(Marcus)에게도 윈-윈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마커스’는 골드만삭스가 만든 디지털 은행 브랜드이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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