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닷넷

[WiFi특집] ⑥도약하는 무선랜, 유선랜의 보조재인가?

김재철

802.11b 무선랜 기술을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발표하기 시작하던 90년 대 후반부터 상당 기간을 거치는 동안 무선랜의 역할은 유선랜의 보조재였다.

 

회의실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랜 케이블 없이도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집에서는 거실 쇼파에 앉아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선랜 홍보의 포인트였다.

 

회선 설치를 하지 않아도 돼 깔끔한 사무환경을 구현할 수 있고, 자리 이동 때마다 새로 배선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설치 후 18개월이면 ROI를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없지 않았으나 여전히 ‘무선랜은 유선랜의 보조재’라는 이미지가 지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무선랜 기술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로밍·QoS·신호간섭제거 등 단순 데이터 통신을 넘어 음성·영상 등을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들도 꾸준히 발전하면서 무선랜은 독자 경쟁력을 지닌 네트워크 기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계 곳곳서 초대형 무선랜 사이트 등장 =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초대형 무선랜 사이트나, 유선 없이 무선랜만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들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학교 타운에는 200개가 넘는 빌딩에서 공부하는 25만명의 학생이 무선랜으로 모든 통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 이 지역에는 2만 4000개의 AP가 이중화 구조로 구축돼 있으며,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자 지난 9월부터 3만개 AP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지사에서 무선랜을 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용 무선랜 구축사례이며, 아후·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들도 랜 케이블이 존재하지 않는 네트워크 환경을 갖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미국의 템피시는 u-시티를 구축하고자 무선랜 메시(mesh)를 전면 도입한 사례로, 노드 수만 650개에 달하는 대형 무선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VoIP 인프라, 광역 메트로망에도 적용 = 무선랜의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무선랜을 인터넷전화(VoIP)의 인프라로 전면 도입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의 오사카가스는 듀얼폰 6000대, 무선VoIP폰 3000대, 소프트폰(노트북) 8000대를 무선랜 인프라 위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의 친타곤시는 사용자 2만명 규모의 무선VoI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인도 붐베이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선VoIP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올해 말 개통되는 붐베이의 무선네트워크는 노드 수만 무려 3000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랜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선랜이나 와이맥스가 아니라, WiFi로 광대역 메트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3년간 이용자들이 무료로 쓸 수 있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Wireless@SG’를 구축 중인데, 이 서비스는 주요 공공장소(쇼핑몰·카페·도서관·호텔 등)를 중심으로 보급될 예정이며, 싱가포르 국민들뿐 아니라 해외 방문객들에게도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고속철·지하철서도 초고속인터넷 가능해 = AP 간 로밍 기술이 발달하면서 빠르게 달리는 열차 안의 영상을 관제센터에 실시간 전송하거나, 고속 열차 안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달라스 지역 지하철이 미 공공철도 가운데 최초로 무선랜으로 인터넷 및 영상정보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프랑스의 드골공항은 각 게이트를 오가는 무인궤도열차 내부 영상을 무선랜으로 관제센터에 전송하고 있다.

 

세계 최고 고속열차 전문업체인 프랑스의 알스톰은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지역의 고속열차 승객에게 무선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 무선랜 기술의 완성도를 증명하는 좋은 사례로 손꼽힌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지하철인 MTR은 대기구간 및 탑승구간 내 승객에게 무선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현재 51개 전철역 모두에 무선랜을 설치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공공철도에 무선랜을 구축 중이다.

 

◆국내서도 대형 무선랜 사이트 속속 등장 = 해외에 비해 유선 초고속인터넷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로 무선랜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늦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몇몇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의료원은 업무용으로 무선VoIP를 전면 도입하고자 대규모 무선랜을 구축 중이며, 내년 봄 완공되는 삼성 강남사옥은 3개의 대형빌딩에 무선랜을 대거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부산 등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u-시티 사업 역시 무선랜의 대형 수요처가 될 것으로 보이며, 2008년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방 광대역통합망’ 구축사업에도 적지 않은 규모의 무선랜이 도입된다. 도로공사는 전국의 도로에 무선랜으로 교통정보를 취합·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한편, 2000년대 초반 802.11b 무선랜을 구축한 국내 대형 보험사 및 아직 무선랜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견 보험사들도 내년부터는 무선랜 콘트롤러 기반의 차세대 무선랜 도입에 속속 동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재철 기자> mykoreaone@ddaily.co.kr

김재철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