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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 700MHz 용도만 정해줬어도…정부가 과열경쟁 조장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우려했던 ‘치킨게임’이 현실화됐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주파수 경매제도가 정부의 미흡한 설계로 인해 SK텔레콤과 KT 중 한 곳은 생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22일 속개된 주파수 경매에서 1.8GHz는 또 다시 주인을 가리지 못한 채 가격만 6633억원으로 상승했다.

최저경쟁가격 4455억원보다 2178억원(49%)이 상승했으며 23일 다시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23일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주파수 가격은 7000억원을 뛰어넘게 된다.

SKT와 KT의 경쟁이 끝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경매 시작전 다양한 주파수를 확보 방안 등 과열경쟁 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 도입된 다중오름입찰방식의 경우 승자가 가려질때까지 무한 라운드를 거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동일한 가치로 산정된 2.1GHz 주파수를 최저경쟁가격에 가져가게 정책적 배려를 해줬고 남은 SKT와 KT만 차선책이었던 1.8GHz에서 무한경쟁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방통위 스스로가 만들었기 때문에 원론적인 경매제 취지를 주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지난 7월 20일 방통위가 발표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구체적인 내용이 주파수 경매전 확정됐다면 지금과 같은 과열경쟁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현재 방송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700MHz의 경우 내년 말 디지털전환 후 모바일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정부가 용도를 확정짓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불확실성만 높였다.  

때문에 통신사들이 중장기 차원에서 주파수 정책을 세울 수 없었고, 당장 급한 1.8GHz를 놓고 SKT와 KT가 퇴로 없는 '치킨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방통위 역시 처음부터 과열경쟁을 부추켜 많은 경매대금을 받아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시작부터 특정 사업자의 배려로 경매제 취지가 훼손된데다 요금인하, 투자활성화 측면에서 경매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갈 경우 방통위로서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경매가격이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하지만 이미 경매에 뛰어든 SKT와 KT는 현재의 상황을 상당히 불합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방통위의 첫 주파수경매는 논란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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