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엔씨소프트의 간판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15주년을 맞았다. 27일 엔씨소프트가 판교 사옥에 15주년 간담회를 마련하면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발표했다. 누적 매출 2조원 돌파가 그것이다. 이는 국내 단일 게임으로 최초 사례이자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처음이다.
이 같은 사실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 중 첫 번째가 게임이 국민의 어엿한 여가생활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리니지의 경우 이용자들이 게임 속에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들 상당수가 오프라인의 친목 모임으로도 이어졌다. 게임 속에서 만난 연인이 실제 결혼까지 연결된 사례들도 나왔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3년 고객 가족 150명과 직원 30명이 1박 2일로 여행을 떠나는 등 수차례 고객과 개발자 간 간담회 및 워크숍을 진행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게임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은 단발성 흥행 상품과는 거리가 멀다. 지속적으로 고객과 호흡하면서 진화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문화 콘텐츠’인 것이다. 디지털 코드로 이뤄진 무형의 상품이 십수년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리니지가 보여줬다.
또 하나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도 게임의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리니지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유수의 온라인게임들도 해당되는 부분이다.
현재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를 꼽으라면 한글과컴퓨터의 문서저작SW ‘한컴오피스’, 티맥스소프트의 제우스 등 미들웨어 제품군, 안랩의 보안SW ‘V3’를 내세울 수 있다.
기자는 여기에 리니지가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이들 제품을 압도하는 실적과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것이 리니지다.
여타 제품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리니지는 SW 무결성 측면에서 국내 대표 SW 자리에 둘 만하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5년간 리니지에 수백, 수천번의 크고 작은 업데이트를 적용해왔다. 십수년전 개발한 코드 위에 수천번 덧씌운 업데이트가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유기적으로 맞물려 구동되려면 높은 수준의 SW 무결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가운데 하루 2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동시 접속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대규모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가상의 환경을 구현한 SW가 바로 리니지다. 이는 개발 프로세스가 체계화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로 리니지의 상품성을 입증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기자는 이번에 리니지를 계기로 온라인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중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게임의 다양한 속성과 가치를 학술적으로 정립하고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게임의 역기능에 대한 평가도 진행돼야 할 것이다.
아쉬운 것은 이런 과정이 진행되기 전에 게임을 중독물로 규정하려는 법안이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다. 게임이 중독물이라는 낙인을 찍기 전에 좀 더 시간을 두고 게임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