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반도체 업계 M&A 바람, ‘위기인가 기회인가’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반도체 업계의 인수합병(M&A) 바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온세미컨덕터가 페어차일드를 24억달러를 주고 덩치를 더 키웠다. 이 회사는 작년에도 마이크론의 CMOS 이미지센서(CIS) 자회사 압티나이미징을 품에 안았다. 덕분에 온세미컨덕터는 자동차, 통신, 컴퓨터, 소비가전, 산업용,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의료, 군사/항공, 전력 공급 애플리케이션 등 종합 반도체 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인텔→알테라, NXP→프리스케일, 아바고→브로드컴, 웨스턴디지털→샌디스크’처럼 올해는 굵직한 M&A가 줄을 이었다. 성장한계를 돌파하고 낮은 금리를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전략으로 각자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할 속셈이다.
업계에서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아날로그디바이스가 맥심인터그레이티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퀄컴도 자일링스에 눈독을 들이는 만큼 앞으로도 M&A가 계속해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은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로 직접적인 M&A에 발을 담그지는 못하고 있으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움직임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글로벌 D램·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 등에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반도체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반도체회로학회(ISSCC)에 채택된 논문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82편)과 일본(24편)에 이어 3위(22편)에 올랐으나 메모리, 그것도 D램 분야에서만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ISSCC 기술 프로그램 전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회준 KAIST 교수도 “메모리 분야에서 타국보다 압도적이지만 나머지 분야에서는 열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반도체 분야에도) 연구개발(R&D)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R&D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제품이 나오더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고성능 시스템온칩(SoC) ‘엑시노스8 옥타’는 2012년 영국 CSR 인수가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결과물이다. 퀄컴이 상당기간 동안 모뎀을 통합한 원칩에서 재미를 볼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2008년 AMD의 모바일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부를 인수한 덕분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눈여겨보던 업체를 M&A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AP, 모뎀, 원칩, 전력관리칩(PMIC), CIS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다음은 MCU나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가 될 수 있다. 이는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물론 M&A의 결과가 항상 옳은 방향으로만 전개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그동안 메모리 이외의 비메모리 분야에서 우리나가 업체가 열세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은 충분하다. 보다 장기적으로 시장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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