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명분 사라진 ‘RGBW’ 패널 논쟁…향후 이슈는?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국제 디스플레이정보학회(SID) 산하 디스플레이계측국제위원회(ICDM)가 지난 24일(현지시각) 열린 정기총회에서 ‘RGBW’ 패널에 기존의 해상도 평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더불어 콘트라스트 모듈레이션(Contrast Modulation, CM) 수치를 표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RGBW 패널이 울트라HD(UHD, 4K) 해상도가 아니라던 삼성전자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CM 값 표시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그동안 이어져온 양사 논쟁의 핵심은 RGBW 패널의 해상도를 4K로 인정할 수 있느냐하는 부분이었다. RGBW 패널은 화소 하나에 적(R)록(G)청(G) 3개의 부분화소(서브픽셀)가 배치되는 전통적인 ‘RGB’ 스트라이프 방식과는 달리 백색(W)의 부분화소가 추가된다. 풀어 설명하면 ‘RGB-WRG-BWR-GBW-RGB’ 구조로 이뤄져 있다. W라는 부분화소가 추가됐고 그만큼 색상과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삼성전자 주장이다. 그래서 해상도도 4K에서 3K라는 것.

이번 ICDM이 제정한 규격은 RGB, RGBW, 펜타일을 비롯해 부분화소를 사용하는 패널의 차이를 라인수, 그러니까 기준이 되는 라인의 숫자를 세는 해상도 표시하는 것 외에 별도의 CM 값을 붙이자는 얘기다. 이 부분을 두고서도 서로의 해석이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소비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디스플레이 해상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받아들였고 LG전자는 “CM은 라인 간의 밝기 차이를 뜻하는 명암비로 일정 기준 이상이면 값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고 풀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ICDM이 부분화소 패널에 대한 해상도 평가 방법을 기존과 동일하게 맞췄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RGBW이건 펜타일이건 기존 방식대로 해상도를 측정해서 표기하면 된다. 당연하지만 CM 값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RGB를 쓰면 RGBW보다 더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 부분을 파고든 것이다. 물론 RGBW가 4K 해상도로 사실상 받아들여졌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UHD 패널 확대 전략에 편승=전 삼성디스플레이 박동건 사장은 RGBW 패널을 두고 ‘보급형 4K’ 제품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어떻게 보면 RGBW의 등장은 시대적 요구 사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시장의 정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동력인 UHD TV를 더 빠르게 보급시키기 위해서는 가격을 빠른 속도로 낮춰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RGBW의 장점은 원가절감이다. 통상 고해상도를 구현하면 개구율(실제 빛이 나올 수 있는 면적 비율) 확보가 어렵다. UHD 패널은 적정 밝기를 구현하기 위해 백라이트용 발광다이오드(LED)를 더 배치하거나 추가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원가상승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RGBW 패널에는 투명한 백색 부분화소가 들어가므로 동일 전력에서 밝기가 60% 개선되고, 동일 밝기에선 전력소비량은 30% 절감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전자에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RGBW 패널 ‘그린2’를 올해부터 양산한다는 사실이다. 직전 ‘그린1’은 ‘RG-BW(화소 하나당 2개의 부분화소)’의 부분화소 패널이었다. 어떻게 보면 삼성전자가 유독 RGBW만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것은 후방산업이 아닌 전방산업 차원에서의 주장이라고 봐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거래하는 중국 TV 완성품 업체는 작년부터 RGBW UHD 패널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RG-BW 패널을 꾸준히 채용해왔다. RGBW가 부분화소를 사용한다고 해서 해상도를 낮춰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RG-BW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적어도 부분화소 패널을 쓰는 제품에 대한 평가기준을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던 이유다.

◆하반기 TV 시장 마케팅 포인트=ICDM 정기총회를 통해 나온 결과를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개 방향은 해상도보다는 CM 값을 제품에 적극적으로 채용하느냐를 두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마케팅 차원에서 제품에 크게 숫자를 표기, LG전자와의 차이점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예측한 듯 LG전자는 “CM 값은 인증기관 평가 시에 해당 검증서류에만 표기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Hz’를 비롯해 ‘엣지·직하’ 논쟁이 그랬던 것처럼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무척 높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마케팅을 어떤 형태로던 강화해야 하므로 RGBW와 CM 값 논쟁은 하반기 TV 시장의 중요한 화두고 바라보는 모양새다. 유통 업체 한 관계자는 “스마트TV와 달리 화질은 소비자가 TV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 부분을 두고 서로 치열할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내대봤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높아지는 해상도를 대응하려면 전력소비량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화소 구조를 변형시키는 RGBW는 좋은 솔루션”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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