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방통행…“꼬리가 몸통 흔든 격”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이 일관성 없이 좌충우돌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통합적 측면에서 진흥과 규제체계를 정비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과거 기준을 잣대로 규제를 적용, 전체적인 방향 없이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해 불허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M&A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지분 인수 및 합병을 금지했다. 현재 CJ헬로비전은 23개 케이블TV 권역에서 사업 중인데 합병하게 될 경우 21개 권역에서 1위가 되기 때문에 합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사업자(SO)들은 78개 권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 권역에 복수의 SO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독점적 지배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IPTV 등장 이후 케이블TV의 지배력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과거 권역규제는 사업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특혜였지만 전국 사업자 IPTV가 등장한 이후에는 오히려 사업 확대를 가로막는 족쇄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도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를 권역이 아닌 전국 기준으로 넓혀가는 추세다. 권역에서 33%를 넘기지 못하게 했던 IPTV도 전국으로 단위를 확장했다. IPTV와 케이블TV간 다르게 적용됐던 규제, 법도 통합방송법으로 일원화하고 있다. 이처럼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와 진흥정책이 권역에서 전국으로 변모하는 과정임을 감안할 때 이번 공정위의 불허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의 임원은 “경쟁제한성 판단에 기초가 되는 것이 시장획정인데 공정위는 전국이 아닌 권역으로 판단했다”며 “불허를 내리기로 작심했다면 나름 묘수를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임원은 “공정위는 타당한 것으로 판단하겠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밖에 없다”며 “방송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는 법의 상충, 경쟁, 향후 방송통신 기업간 인수합병에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번 판단으로 향후 통신사와 케이블TV간 결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부처간 엇갈린 행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M&A 심사는 공정위 뿐 아니라 미래부, 방통위도 함께 진행한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주 임무지만 큰 틀에서의 방송통신 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판단에 대해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은 큰 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림도 방향성도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이번 M&A는 경쟁제한성 이슈도 있지만 산업의 큰 틀에서 진흥, 규제, 구조조정 등 다양한 이슈를 포함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사안을 결론지었다”고 지적했다.
활력을 잃어가는 유료방송 시장, 출구가 보이지 않는 케이블TV에 대한 구조개편 등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들은 간과된 셈이다.
한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위 판단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정책 기조와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는 잣대로 불허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았다. 다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 공정위 전원회의를 대비해 이번 결정의 부당함을 적극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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