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한 때 황금알을 낳는 원조 뉴미디어였던 케이블TV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IPTV 등장 이후 정책에 소외되고 경쟁에 밀리더니 이제는 퇴로마저 차단되는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리자 케이블TV 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공정위는 SK의 IPTV와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가 합쳐질 경우 해당 지역에서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이유로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사라지고 있는 권역규제가 공정위를 통해 부활한 셈이다.

케이블TV 업계는 공정위 결정으로 퇴로가 차단됐다. 공정위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IPTV와 케이블TV간 결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케이블TV는 태생적으로 지역 독점에서 출발한 사업자이기 때문에 어느 IPTV와 케이블TV가 결합하더라도 SK텔레콤 CJ헬로비전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공정위의 결정은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케이블TV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다. 한 때 뉴미디어의 총아였던 케이블TV지만 IPTV 등장이후 가입자 이탈이 멈추지 않고 있다. 자본, 브랜드에서 열세인데 모바일의 부재로 대등한 환경에서 경쟁이 되질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미래부와 방통위가 케이블TV(SO) 정책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했지만 정작 정책에서는 소외되고 있다. 특별법으로 IPTV가 고속성장한 반면, 케이블TV는 기대했던 결합상품, 지상파 방송과의 재송신 분쟁에서 정책적으로 배려 받지 못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발표는 결정타였다. 모두가 매각돼도 마지막까지 통신사와 싸울 것으로 믿어왔던 업계 1위가 먼저 매각을 제의한 것이다. 인수합병 발표 이후 딜라이브(당시 씨앤앰)은 현실을 깨달았고, 업계 3위 현대HCN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뉴미디어 총아에서 이제는 생존을 위해 통신사에 매각될 수도 있을뿐더러 가치도 예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는 현실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SK텔레콤의 인수합병 발표 이후 케이블TV 업계는 공식적인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 미디어 시장의 한축을 담당했던 케이블TV에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이 올라간 셈이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결정이 공식화될 경우 케이블TV의 구조재편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됐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의 임원은 “공정위 결정은 백투더퓨처가 아니라 백투더패스트”라며 “방송법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케이블TV의 구조조정에 대해 사업자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가능성 자체를 막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케이블TV 산업을 감안할 때 정부가 정책적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이렇게 되면 승자, 패자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