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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에 패한 아리스타, 그래도 웃는 이유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시스코시스템즈와 아리스타네트웍스의 특허침해 관련 공방전이 막을 내렸다. 승자는 시스코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아리스타 사업이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리스타는 시스코와 소송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도 실적 개선을 지속 꾀했고, 이번 2분기 실적발표 때도 40%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시스코는 지난 22일 블로그를 통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아리스타 제품이 시스코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특허 침해로 보이는 아리스타의 스위치에 대한 수입금지를 시행키로 했다. 이 조치는 지난주부터 실시됐다.

이에 아리스타는 해당 스위치에 특허침해 소지가 없도록 완벽하게 호환된 상태로 소프트웨어를 재설계했다고 발표했다. 고객들에게 제품을 지속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또,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앞서, 시스코는 2014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특허와 저작권 침해 관련 고소장 2건을 접수했다. 또, ITC에 아리스타 제품의 수입금지명령을 청구했다. 시스코는 아리스타가 기술특허 14건, 제품에 반영한 12가지 특징을 도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 중 3가지 부분에서 특허 침해가 인정됐다.

이에 시스코는 ‘위대한 승리’라고 표현하며 지적재산권의 의도적 사용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지켜졌다고 전했다. 또, 이번 판결로 인해 아리스타 고객들도 위험부담을 껴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마크 챈들러 시스코 고문 변호사는 “해당 특허권을 위반한 모든 제품에 대한 마케팅, 영업, 유통이 금지되기 때문에 아리스타 고객들은 이와 같은 위험부담을 안아야 한다”며 “아리스타의 공급사들은 이번 판결에 따라 특허권을 위반한 상품 생산을 위한 부품을 미국에 납품하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리스타 투자자들은 더 높은 대가로 외상 매출채권의 매입업무를 해야 할 것”이라며 “해당 금지 명령을 위반하게 되면 하루에 10만달러 이상을 지급해야 하거나, 미국 내 수입 또는 수출한 위반 제품들의 판매 가치의 두 배에 달하는 패널티를 적용받게 되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리스타 측은 이번 판결이 전 지역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만 이뤄지는 수입금지 조치이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리스타 관계자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제조된 아리스타 스위치를 수입 후 미국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특허권 위반에 따라 문제가 되는 스위치에 대해 수입금지를 하겠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라며 “미국시장에서는 영향이 있겠지만, 아리스타는 침해된 부분이 스위치에 포함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 수정을 이미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또 “수입금지 명령에 대한 판결 내용은 미국을 제외한 한국 등 다른 나라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타 주식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이타이 키드론 애널리스트는 시스코가 아리스타와의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더라도 아리스타 사업 자체를 무너뜨리진 못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아리스타는 시스코와의 소송에서는 패했으나 사업에서는 우수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아리스타가 지난 4일 발표한 2분기 실적보고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2억687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7.4% 증가했다. GAAP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63.5%에 달한다. 아리스타는 3분기 매출을 2억7900만~2억8500만달러로 예상하며, 성장을 거듭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반면 지난 7월말 마감한 올해 4분기 실적에서 시스코의 매출은 전년보다 2% 성장에 그쳤다. 시스코의 4분기 매출총이익률(GAAP 기준)은 63.1%다.

아리스타와 시스코는 지난 6월 가트너에서 발표된 매직 쿼드런트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부문에서 리더로 선정됐는데, 양사만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가트너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면 아리스타의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솔루션을 검토하라며, 아리스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쏟아냈다. 지난해 상품 매출도 40.6%나 성장하며 매년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의 경우, 폭넓은 판매채널 및 제품군과 큰 규모의 충성고객 기반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다만, 지난해 수익 관련 점유율이 62.1%에서 60.7%로 줄어든 점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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