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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메모리, 한미일 연합 품으로…中 정부 ‘허가’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도시바의 원자력 발전소 사업 몰락과 회계부정으로 촉발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도시바메모리, TMC) 매각 진행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반(反)독점 당국의 승인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도시바메모리는 베인캐피털 주도로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SK하이닉스, 미국 IT 기업 4개사(애플, 델, 씨게이트, 킹스턴) 등이 합쳐진 한미일(韓美日) 연합의 품으로 들어오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의결권 지분이 한계가 있고 기밀정보에 대한 접근도 제한됐으나 이전부터 협력하던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STT-M램)와 같은 차세대 메모리 연구개발(R&D)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더불어 D램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플래시 분야에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

18일 NHK 등 일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독점금지법에 어긋나는지 심사를 벌인 결과 최종적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도 베인캐피털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2015년 10월부터 시작된 도시바 구조조정부터 약 2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막판까지 섣부른 예단이 어려웠던 거래였다. 반독점 심사에서 매각을 승인한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브라질·필리핀·대만 정부와 달리 중국 정부가 승인을 미루면서 애초 시한 내(3월 31일) 매각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금줄이 숨통이 트인 도시바가 알토란 같은 메모리사업부 매각을 철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우리 관심는 이제 SK하이닉스로 쏠린다. 금융권과 도시바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자금(3950억엔, 20%)을 투입한 SK하이닉스에게 당장 큰 이득은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도시바메모리 상장 시 자본 이득은 일부 예상되나 시간을 고려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낸드플래시 물량을 받거나 기술 비법을 확보할 수도 없다. 여기에 협상 막판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애플, 델, 킹스턴, 씨게이트)가 얽히면서 사공이 많아졌고 그만큼 변수가 복잡해졌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세대 메모리 개발,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를 적절한 수준에서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기업거래(B2B)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절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메모리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거래”라며 “무엇보다 중국 등 신흥국에게 주도권을 넘기지 않았고 당분간 시장의 상승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점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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