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日 르네사스, IDT 인수 추진…합종연횡 이어질 듯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일본 르네사스테크놀로지가 미국 IDT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로이터 등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수가는 60억달러(약 6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르네사스는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나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 품에 안은 인터실(인수가 약 3조5000억원)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봤다는 설명을 곁들이며 IDT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도장을 찍기 직전이다. 만약 성사되면 2년 동안 M&A에 10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붇는 셈이다.
르네사스는 일본의 대표적인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이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빛, 소리, 압력, 온도 등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이 시장 1위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이며 아날로그디바이스(ADI), 스카이웍스, 인피니언테크놀로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톱5를 이루고 있다.
르네사스는 NXP(6위), 맥심인터그레이티드(7위), 온세미컨덕터(8위),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9위)에 이은 업계 10위다. 지난 2012년 경영악화로 인해 일본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기사회생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대단한 성과다. 2000년대 가장 잘 나갔던 시절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하지만 완전히 부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는 최근 5년 동안 진행된 M&A 트렌드가 한층 가속되는 분위기다. 이 기간 동안 ADI는 리니어테크놀로지, 온세미컨덕터는 페어차일드와 앱티나이미징, 마이크로칩은 아트멜, 르네사스는 인터실을 각각 인수했다.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아날로그 반도체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차(EV)나 자율주행차만 하더라도 배터리 관리와 함께 외부의 신호를 정확하게 받아들여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아날로그 반도체 상위 10개 업체의 매출 성장률이 평균 14.3%로 2016년과 비교해 두 자릿수로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IDT는 전력관리, 무선(RF),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무선충전 분야에 강하다. 국내 주요 스마트폰과 자동차에 적용된 무선충전 솔루션 가운데 상당수가 IDT 작품이다. 인터실이나 IDT 모두 르네사스가 잘 하는 전장부품과 묶여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르네사스가 IDT를 최종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전 세계 전장부품과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는 재편이 불가피하다. 경영진의 갑작스런 부재, 타 기업과의 합병 실패, 진입장벽 하방전개, 응용분야 축소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업체마다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도 특정 업체가 덩치를 키우고 다른 업체끼리 힘을 합치는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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