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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 무거웠던 IR 분위기…CPI필름 ‘두루뭉술’ 답변만

신현석

(사진=한국IR협의회)
(사진=한국IR협의회)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인더)가 CPI(투명 폴리이미드) 필름과 관련한 투자자 질문에 최대한 말을 아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던 CPI필름이기에 투자자 불만이 극에 달한 분위기다.

13일 코오롱인더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IR(기업설명회)을 진행했다. 회사는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IR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전 IR과는 달리 이날은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다.

우선 올해 3분기 실적이 원료가 상승 등 영향으로 좋지 못했다.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331억원, 22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2.1%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게다가 큰 관심을 받고 있는 CPI필름 관련 성과가 나오지 못하는 점도 분위기 침체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CPI필름 벤더사로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투자자들은 CPI필름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일부 투자자는 “세계 유일 CPI 필름 업체면서도 스미토모화학에 밀린 이유가 뭐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오롱인더 측은 대체로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날 회사 측은 “우리는 CPI필름 양산 체제를 갖춘 세계 유일 기업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지금도 다양한 고객 관계가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기 어렵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와 NDA(비밀유지계약서)를 맺었다”라며 “삼성이 적극적으로 폴더블폰 시장을 만들어간다고 한 것이 우리에겐 좋은 기회다. 우리는 양산에 들어갈 때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기대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전 IR에서 말해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IR을 통해 삼성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 BOE 등 폴더블 패널을 만드는 여러 기업에 테스트용 CPI필름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스미토모화학이 삼성 벤더사가 됐다는 소식에 대해 회사 측은 “회사 내부에서도 관련 내용에 관한 판단을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 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아닌 타사의 기술과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명확한 근거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타사 기술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할 때, 베이스 필름 양산 체제를 갖추고 이 사업을 하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 스미토모화학도 같이 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라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코오롱인더에 투자해왔다고 밝힌 한 투자자는 “분기마다 IR에 계속 왔었다. 그동안 회사는 삼성전자와 협의해서 거의 무리 없이 납품할 것처럼 말했었는데 이제 그렇게 말한 지 일 년이 넘었다. 양산체계까지 갖췄는데 스미토모화학에 삼성 납품을 내줬다. 이해가 안 된다.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데 아직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코팅 쪽에서 기술적으로 열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말씀드리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반복해서 말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사업을 가시화하기 위해 계속 진행 중이고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라며 “(CPI필름과 관련해) 대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답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CPI필름은 베이스필름 위에 하드코팅 작업을 해야 한다. 베이스필름 기술력을 갖춘 코오롱인더는 일본 업체를 통해 코팅 작업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미토모화학은 코팅 분야가 강점이며 대만 업체로부터 베이스필름을 아웃소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트 납품 후 고객사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 회사 측은 “폴더블폰에 들어가는 CPI필름은 하드 코팅도 필요하고 관련 업체와 같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세트업체로서도 여러 번 테스트할 수밖에 없다. 어디에서 문제가 있는지도 알기가 쉽지 않다. 결과가 쉽게 나올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사실은 고객사 입장에서도 건전한 의미로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테스트 결과를 갖추기 위해 빠르게 연구하고 계속 대응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수치를 제공하고 라인을 조여서 샘플 제공하는 과정을 반복 중이다. 이 일들이 이뤄지고 있는 중에 폴더블폰이 나올 것이다.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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