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분기 반도체 업황 “예상보다 더 안 좋다” 내부 진단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삼성전자 내부에서 반도체 업황을 바라보는 시선이 최근 더 보수적으로 변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단기적으로 올해 4분기 실적 예상치를 한 달 전보다 낮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공개했던 4분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전망치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사 투자가 예상보다 더 둔화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략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비수기 동안 삼성전자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이 메모리 실적 악화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내년 상반기 이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향후 AI(인공지능)·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요가 확대돼 메모리반도체 부흥이 다시 찾아올 것이란 중장기적 관점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28일 삼성전자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삼성전자가 4분기 비트그로스 등 예상치를 이미 보수적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들어 의견이 더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라며 “4분기 비수기에 진입하고 있지만, 그 영향보다는 그동안 몇 년간 메모리 가격 강세로 피로감에 젖은 거래선들이 수요를 밀어내는 상황이 심해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4분기 실적이 더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삼성전자는 4분기 메모리반도체 비트그로스 예상치를 공개한 바 있다. 올해 4분기 D램 비트그로스는 한 자릿수 중반대(%)로, 올해 총 D램 비트그로스는 20% 수준으로 제시했다. 올해 4분기 낸드 비트그로스는 한 자릿수 후반대(%)로, 올해 총 낸드 비트그로스는 40% 초반대로 예상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4분기 D램 비트그로스가 최악의 경우 0%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D램과 낸드 가격 하락 폭도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2년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그에 상관없이 고객사들이 투자를 많이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굉장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조금은 쉬어가는 분위기”라며 “비수기도 맞물렸지만, 그보다는 센티멘털(심리적) 측면이 더 강하다. 앞으로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면서 굳이 서둘러 재고를 쌓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에 가격을 더 내리라는 경고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OLED 부문이 메모리반도체 실적 악화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우려를 사고 있는 ‘아이폰 판매 감소’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부문 실적이 3분기 대비 4분기에 하락하면 다른 부분에서 커버를 해줘야 한다. OLED 사업이 굉장히 견조하다. 삼성 모바일 부문과 애플 덕분”이라며 “시장에선 애플 아이폰이 예상보다 수요가 약할 것으로 보지만, 삼성D 쪽 수요는 줄지 않았다. 그래서 4분기 디스플레이 실적이 빠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메모리 실적 악화를 전부 커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AI·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과 서버 수요 다변화와 같은 요소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다시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존 입장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센터 업체가 앞으로 계속 시장 변화를 따라가고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당연히 캐파(CAPA)를 올려야 하기에 투자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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