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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업체 앱 데이터베이스권 침해한 스펙업애드, 손해배상 판결

이대호
- 서울중앙지법 “무단크롤링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침해”
- 법무법인 민후 “늘어나는 무단 크롤링에 경종 울리는 판결”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경쟁사 앱 데이터베이스를 무단 크롤링해 자사 서비스에 활용한 업체에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크롤링(crawling)은 무수히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돼 있는 정보를 특정 키워드 등을 활용해 긁어모아 검색 대상의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통상적인 크롤링은 주체를 명시하고 크롤링한 정보를 웹페이지에 나타낼 경우 출처를 밝힌다.

28일 법무법인 민후(대표변호사 김경환)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부장판사 염호준)가 에브리타임이 스펙업애드를 상대로 제기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침해금지’ 소송에서 피고 스펙업애드에 손해배상 및 무단 수집한 데이터베이스의 폐기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원고 에브리타임은 2011년부터 전국 400개 대학의 대학생들을 위한 시간표 작성 , 강의 평가 후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피고 스펙업애드는 2017년 타임스프레드를 인수한 뒤, 에브리타임이 보유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이용해 자신들의 서비스에 활용했다.

원고는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고의 ‘타임스프레드’가 불법 크롤링을 통해 자신들이 보유한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거나 복제·이용하는 등 피고 서비스에 활용하고 있음을 주장했고 이러한 무단 크롤링 행위는 저작권법상의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임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데이터베이스제작을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체계화시키고 관리해오는 등 인적·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집된 정보를 가공하는 작업 등을 거쳐야 했기에 데이터베이스제작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 웹사이트 및 어플리케이션에 단시간에 다량의 계정을 사용하여 반복적인 접근을 한 점, 원고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오타가 피고의 것에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는 점 등을 보았을 때 피고가 원고의 데이터베이스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는 무단크롤링을 통해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폐기하고,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원고를 대리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는 “늘어나는 무단 크롤링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는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고 양진영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후발업체의 무단 크롤링 행위를 관행이 아닌 위법행위라 인정한 판결로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침해 행위에 대한 우리 법원의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준 사건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법무법인 민후는 리그베다위키 vs 엔하위키미러, 잡코리아 vs 사람인, 야놀자 vs 여기어때 등 크롤링 사건에서 피해기업(리그베다위키, 잡코리아, 야놀자)을 대리해 승소한 바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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