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구글갑질방지법, 내년에는 속도내야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회가 추진하던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 통과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국회가 통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내년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정부가 이 법과 관련해 통상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을 해오는 데다, 이 때문에 국회 내부적으로도 의견 합치가 쉽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얼마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주미한국대사관 측에 문건을 보내 국내에서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심지어 통상 등 국익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놨다.

미국기업인 에픽게임즈조차 앱마켓 수수료 30%에 반발해 미국 연방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의 이러한 대처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니, 한마디로 자국 기업인 구글을 건들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읽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개정안 입법 추진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총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잠자고 있지만,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당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독점적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앞서 구글은 내년부터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유통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 적용하고 수수료율도 30%로 인상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인터넷업계는 독점적 지위를 앞세운 글로벌 앱마켓 공룡의 일방적 갑질이라고 호소했다.

당초 국회에서도 올해 안으로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하지만 지난 국정감사 막바지에 야당이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서며 결국 힘을 잃었다. 구글이 갑작스럽게 내년 9월까지 정책 시행을 연기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몫 했겠지만, 업계 안팎으로는 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구글이 굴지의 로펌 김앤장을 통해 의원들을 상대로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적지 않다.

혹여라도 법 개정이 흐지부지되면 그 피해는 국내 앱 생태계와 중소 사업자, 소비자들로 이어진다. 애초부터 구글의 정책 유예는 시간 끌기에 더 가깝다. 일시적 연기일 뿐 내년 9월이면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인상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자들은 수수료 부담과 자체 결제시스템 구축 부담을 져야 하고, 소비자들은 그 여파로 콘텐츠 이용료가 인상되는 결과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업계 우려를 씻으려면 국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한 번 물러선 것을 두 번이나 반복할 수는 없다. 연내 개정안 통과는 어려워졌지만 내년에는 신속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내년 9월 정기 국회 때까지 방치해선 안 된다. 실질적인 법안 시행은 인앱결제 강제가 이미 이뤄지고 난 뒤인 10월께나 될 것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여야 합의와 법안 통과가 선행되어야 한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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