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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e커머스 책임론...규제 급물살 탈까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던 이커머스(e커머스) 업체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픈마켓은 원칙상 ‘중개업자’로 속해 상품 판매에 대한 책임이 강제되지 않는다. 이런 와중 각종 부정사례들이 발생하면서 이를 위한 보완책으로 e커머스 책임론이 힘을 얻고 있다.

25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몰 포함 해외직구·중고거래 시장에서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지난 8월 ‘머지포인트 환불사태’를 계기로 e커머스 책임론이 본격 도마에 올랐다.

11번가·위메프·티몬 등 오픈마켓이 지난 2년간 머지플러스 상품권·멤버십을 판매하면서 해당 기업 전자금융업 등록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던 것. 상품에 대한 검증 책임을 뒤로 한 채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픈마켓을 믿고 머지포인트를 구매했지만 여전히 보상 받지 못한 피해자가 대다수다.

◆국회 “머지포인트 외 불법 의약품·위해성분 판매 문제”=제3자인 판매자가 e커머스에 입점해 물건을 파는 오픈마켓은 법률상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법적으론 중개자 역할에 그쳐 판매자 물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비중이 높아지면서 민원사항이 꾸준히 증가, 소비자 보호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오픈마켓 책임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이미 국회에선 e커머스 업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이 연이어 제기됐다. 안병길 의원(국민의힘)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종합감사에서 “약사법에는 분명 동물의약품도 동물병원이나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데 이커머스 상위 4개 업체에서는 불법으로 버젓이 살 수 있다”며 “네이버·카카오 등은 사회적 시스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다수 e커머스 업체들이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금칙어 설정,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이는 소극적 대응에 그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의원은 “헤르페스에 쓴다는 황산아연용액 등 유해화학물질도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니 여기에 대해 별로 책임이 없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통신판매중개업자 책임 부재 지적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도 나왔다.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3년간 해외직구 식품 위해 성분 적발 건수가 약 1만5000건에 달한다며 “국내 플랫폼사업자 안전관리 의무 부과 등 수입식품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요 플랫폼 해외직구식품 관련 소비자 위해 적발 현황 [자료=정춘숙 의원실]
주요 플랫폼 해외직구식품 관련 소비자 위해 적발 현황 [자료=정춘숙 의원실]
◆e커머스 업계 “책임 강화해야하지만 규제 능사 아냐”=업계에선 e커머스 책임 강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해결방안은 아니라는 목소리다.

e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책임을 강제하다보면 어쨌든 플랫폼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 경우 플랫폼들은 판매자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온라인 커머스로 진입하려는 신규 소상공인들이 입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짚었다.

이어 “초창기 온라인 쇼핑이 현재 규모로 성장하면서 이미 이에 대한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자체적인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며 “우선은 관리감독 기관에서 e쿠폰 등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춰 사각지대에 있는 영역을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업계에선 오픈마켓에 대한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해 자발적인 책임 강화 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롯데온은 지난 8월 기존 이용약관에 오픈마켓 피해 구제를 위한 조상을 신설했다.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회사 중대 과실로 인한 이용자 손해 발생시 회사가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

기술적인 보완책도 적극 도입 중이다. 지난 20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유봉석 네이버 부사장은 “지금보다 나은 기술이 인공지능(AI)기반으로 나오고 있어 다른 불법 상품에 적용하는 기술들을 의약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의약품 유통을 AI를 활용해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법안을 내놓았다. 공정위가 플랫폼 입점 업체 대상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 제정안은 정무위에 계류된 상태다. 방통위 측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안’은 과방위에서 심사 중이다. 하지만 두 부처가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1년 넘게 법안이 조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온플법은 정부 내에서도 조율하려고 했는데 공정위와 방통위가 정말 조율하기가 어려웠다”면서 “국회에서 두 개를 합해 한 개 법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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