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음원 사재기·총공에 왜곡된 저작권료…"분배방식 개선 시급"

임재현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2019년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이 불러일으킨 '음원 사재기 사태' 이후, 최근 트로트 가수 영탁의 사재기가 사실로 밝혀지며 다시 한번 사재기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음악 소비 판도 역시 아이돌 팬덤 '스트리밍 총공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며, 현행 음악저작권 사용료 분배 방식을 비례배분제 대신 인별 정산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음악 관련 협단체가 주최한 '디지털 음원시장 상생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기존 비례배분제가 가진 문제점 개선 논의가 이뤄졌다.

현재 대다수 음악 플랫폼이 채택하고 있는 비례배분제란 총 재생 횟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수익이 저작권자에게 각각 분배되는 방식이다. 재생 횟수가 특정 곡들에 집중되면 나머지에 돌아가는 수익이 급감한다. 즉 사재기와 총공세에 크게 취약한 구조다.

이에 네이버 음악 플랫폼 바이브는 지난 2020년 4월 처음으로 '내돈내듣(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갔으면 좋겠어)'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인별 정산 방식'을 도입했다. 개별 이용자가 지불한 금액을 각 음원 재생 횟수에 따라 저작권자에 분배하는 것으로, 수익 계산이 다소 복잡한 문제는 있지만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해 스트리밍 왜곡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신종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기존 비례배분제가 스트리밍이 대부분인 음원 소비 형태를 따라가지 못해 사재기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종길 사무국장에 따르면 차트 상위 200위 곡들이 전체 매출 30%가량을 가져간다. 200곡을 제외한 나머지 수천만 곡이 70%를 나눠 갖는 구조인 것이다.

마케팅 업체의 사재기나 아이돌 팬들의 스트리밍 총공세로 판매량이 부풀려지는 일이 빈번해 차트 공정성이 무색해진 상황에서, 음원 판매량에 따라 분배가 이뤄지는 비례배분제 대신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인별 정산 방식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승범 네이버 부장 역시 이러한 주장에 동의했다. 팬덤 중심 시장 변화에 따른 정확하고 공정한 분배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트리밍 총공세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해소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음악산업 경쟁력 하락, 단기적으로는 중소 아티스트 창작환경 저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별 정산 방식을 통해 소수 계정으로 반복 청취해 정산금을 부당 편취하는 행위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승범 부장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단 25명 이용자가 스트리밍을 47만 번이나 돌렸던 음원은 기존 방식으로 170만원을 가져간 반면, 인별 정산 방식을 통해서는 13만원만을 가져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음악 플랫폼 바이브는 지난 2020년 4월 인별 정산 방식을 도입하며 참여 유통사 330곳, 참여 아티스트 22만팀을 확보했다. 현재도 인별 정산 방식을 적용 중인 유일한 플랫폼이다. 임승범 부장은 "애석하게도 참여하는 신탁 단체는 없다"며 "신탁 단체는 현행 징수규정을 동의해야 하기에 인별 정산에 동의하는 단체와도 계약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 362개 계약사 중 330개와 계약을 맺으며 계약률 91%를 달성했지만, 그 나머지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권리자라는 것도 한계점"이라고 설명하며 규정 미비로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임승범 부장은 "세계적으로 총공세 문화가 퍼지는데 해외 서비스도 추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초로 글로벌 기준을 만드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을 요청했다.

높아지는 개선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몇몇 음악 관련 협단체는 아직 인별 정산 방식은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작아질 수 있는 밥그릇을 걱정하는 것이다. 김관기 한국음악산업협회 국장은 "문제가 공론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방법으로도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지 않냐는 권리자 의견 또한 존재한다. 신중히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이사 역시 "인별 정산 방식으로 수익이 줄어드는 측도 있기 때문에 강하게 추진하기는 어렵다. 기존 방식을 유지하되 인별 정산도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음원 다운로드 시장 축소에 관한 대처 방안도 논의됐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2019년 개정된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 규정을 언급하며 "스트리밍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음원 다운로드 가격 상승까지 맞물려 시장이 축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선망 확대로 다운로드 효용 가치가 떨어진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적지만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여러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재현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