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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내걸고 모였지만…유료방송-대형PP-중소PP ‘동상삼몽’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유료방송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간 해묵은 분쟁을 씻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모였다. 채널평가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채널공급은 선계약 후공급으로 하는 큰틀의 방향에서 합의점도 찾았다.

하지만 업계간 의견차는 여전했다. IPTV와 케이블방송사(SO) 등 유료방송업계는 유료방송업계대로, 대형 PP와 중소 PP는 그들대로, 각자의 입장이 분명했다. 이들의 이견을 좁히고 상생에 기반한 제도개선을 이루는 게 정부의 숙제로 남았다.

◆ “채널평가 투명성 높였다” “이용자 목소리는 없어”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방송채널 대가산정 제도개선안(정부안)을 발표했다.

▲채널평가 주요 지표인 시청률 평가 객관성을 확보하고 ▲성과가 미흡한 채널과 채널공급계약을 종료하기 위한 조건을 명시하며 ▲방송채널 ‘선계약 후공급’을 명시하고 ▲채널평가 시 콘텐츠 투자·다양성을 주요 지표로 삼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어진 토론에선 학계 및 소비자를 대변하는 전문가를 비롯해 IPTV와 SO, 대형PP와 중소PP를 각각 대표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나와 입장을 전했다.

이영주 서울 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제도개선안에 대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편성 자율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채널평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세세하게 규제하기보다 앞으로 변화의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에 더 자율성 부여해도 되지 않나 싶다”면서 “정부가 할 일은 유료방송 시장의 전반적 수익 구조를 높일 수 있는 제도개선 내지 실효성이 떨어지는 규제 완화”라고 제언했다.

반대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제도개선안에서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용자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며 쓴소리 했다. 그는 “콘텐츠 발전은 궁극적으로 다양성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 유료방송-대형PP-중소PP, 저마다 입장 피력

IPTV업계를 대변한 김병진 KT 미디어콘텐츠담당(상무)은 ‘유료방송시장의 재원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짚고 나섰다. 그는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재원 부족 심화가 유료방송 분쟁으로 치환되고 있다”며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어디까지 지원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콘텐츠 대가 산정 관련) 분쟁은 투명하고, 분쟁 결과로 인한 사업자들의 아쉬움은 없어야 한다”며 “채널평가나 대가지급 등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점은 정부와 같이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성 JCN울산방송 부문장은 케이블TV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전체 모수는 정해져 있는데 프로그램사용료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라며 “우리가 (프로그램사용료를) 그렇게 올려줄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고 피력했다.

이어 “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지상파, 종편 등에 프로그램사용료를 주면서 중소PP에까지 프로그램사용료가 갈 여지는 현실적으로 적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형 PP인 CJ ENM의 서장원 전략지원실장은 “콘텐츠에 많은 투자를 하려 해도, 프로그램사용료로 회수되는 제작비는 3분의1도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 입장에선 과연 투자를 회수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홀로 외롭게 고민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간의 관행이었던 콘텐츠 ‘선공급 후계약’ 문제를 꼬집으며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출시됐을 때 계약을 안하고 공급한 사업자는 없었다”며 “그런데 국내 사업자에는 계약 없이 공급이 이뤄지는 게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널 시네온티브이를 운영하는 아시아N 안승현 대표는 중소 PP의 현실을 짚었다. 그는 “지난해 기준 중소 PP가 차지하는 시청률 비중이 20%가 넘고, 지상파를 제외한 유료방송 고용 현황에서 중소 PP가 68%를 고용하고 있다”며 “단지 중소 PP라고 해서 대충 보호하고 아울러가야 할 그런 포지션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 사업자가 가져가는 수신료가 2200억원인데 200여개가 되는 중소 PP가 가져가는 몫이 2600억원”이라며 “중소 PP 할당제를 비롯해 중소 PP에 관한 보호 방안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정책 방향이 나와도 명분을 갖지 못할 것”이라 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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