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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시즌 키워드 된 블록체인‧NFT…유행처럼 번진 ‘사업목적 추가’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상장사들이 주주총회를 여는 ‘주총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다수의 기업들이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개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사업을 추가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 진출을 예고해왔던 게임사나 미디어 기업들은 물론 철강업체, 조명업체까지 업종에 상관없이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동안 규제 리스크 등으로 외면받았던 블록체인 사업이 주류로 발전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코스닥 상장사들까지 일제히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건 위험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인력조차 갖추지 않은 채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이 난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명에 철강까지 블록체인‧NFT…유행 된 ‘사업목적 추가’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총 시즌을 맞아 여러 상장사들이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NFT’ 등을 추가하며 정관을 변경하고 있다.

눈에 띄는 곳은 코스피 기업인 LG전자와, 코스닥 상장사이지만 일찌감치 사업 진출을 예고한 컴투스, 크래프톤 등 게임사다. LG전자는 오는 24일 주총에서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컴투스도 오는 29일 주총에서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블록체인 기술 관련 기타 정보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크래프톤도 오는 30일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업’을 추가한다.

LG전자, 컴투스 등은 이전부터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블록체인 사업 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코스닥 상장사들도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추세다.

일례로 램프 제조업체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우리조명은 오는 30일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NFT등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및 관련사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 철강기업인 제일제강도 사명을 ‘제이스코홀딩스’로 바꾸고, 28일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 ▲가상자산 관련 사업 ▲NFT의 제작, 인증, 중개 및 판매사업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상상인저축은행’으로 잘 알려진 정보통신기업 상상인도 대세에 합류했다. 상상인은 오는 29일 주총에서 ▲NFT의 제작, 인증, 중개 및 판매사업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투자 및 관련 서비스업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 개발사업을 사업 목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유행처럼 블록체인, NFT…“비전문기업 주의해야”

이처럼 다수의 상장사들이 블록체인, NFT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블록체인 사업이 신사업의 ‘대세’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가상자산 및 NFT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신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기업들이 일제히 블록체인 기술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 큰 연관성이 없거나 전문인력 여부를 알 수 없는 기업들까지 사업목적을 변경하면서, 블록체인 관련 기업이 무분별하게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7년 가상자산공개(ICO) 프로젝트가 난립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수많은 ICO로 수십, 수백 개의 가상자산이 나오면서 투자자 피해도 다수 발생했다.

특히 기존 사업 영역에서 성장이 멈췄거나, 뚜렷한 매출 상승이 없는 기업들이 유행처럼 블록체인‧NFT 사업에 뛰어든다는 시선도 있다.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목적이 뚜렷한 기업이 아닌 경우 이런 비판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NFT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모든 NFT의 가치가 오르는 건 아니다. 외면받는 NFT가 훨씬 더 많다”며 “비전문기업이 발행한 NFT나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가 얼마나 크게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끼워맞추기 식으로 사업목적을 추가하면서 무분별하게 블록체인‧NFT 분야에 뛰어드는 모습은 2017년 말 ‘ICO 붐’을 연상케 한다”며 “당시 가상자산을 발행한 국내 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이 몇 곳 없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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