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한컴MDS를 모빌리티 및 로봇, 디지털트윈 관련 자회사와 함께 매각한다. 올해 인수하거나 신설한 법인도 포함됐다. 지난 몇 년간 공들여 온 각 사업 영역에서의 철수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20일 한컴은 플래이그램과 한컴MDS를 비롯한 한컴카플릭스, 한컴인텔리전스, 한컴모빌리티, 한컴텔라딘, 한컴로보틱스, 스탠스, 해외법인 5개사 등 11개 자회사를 포함한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1050억원으로, 최종 양도금액은 실사와 협상을 통해 확정된다.
한컴에 따르면 지난 3월 진행된 한컴MDS 매각 예비 입찰에서 10여개 기업이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 2015년 MDS테크(현 한컴MDS)를 인수한 지 7년 만의 매각이다.
한컴MDS를 인수하는 플레이그램은 빗썸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김재욱 대표가 인수한 유가증권 상장사다. 김재욱 대표는 한컴MDS의 기존 사업에 대한 독립적인 경영과 함께 고용승계를 보장한 유일한 매수자다.
한컴MDS와 함께 매각되는 자회사들 상당수는 한컴이 사업 확장을 위해 인수한 기업들이다. 한컴로보틱스(구 코어벨)는 2018년, 한컴모빌리티(구 미래엔씨티)는 2019년 인수했다. 한컴인텔리전스는 2020년 한컴MDS의 사업을 물적분할하며 만든 법인이다. 한컴카플릭스는 작년 10월 네이처모빌리티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이며 디지털 트윈 기업 스탠스는 올해 1월 인수했다.
매각 공시 이후 한컴의 주가는 상승, 한컴MDS의 주가는 급락했다. 한컴은 전일대비 4.54% 오른 2만3050원으로, 한컴MDS는 19.16% 하락한 1만7300원으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모든 자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 기업 한컴프론티스, 헬스케어 기업 한컴케어링크, 통번역 소프트웨어(SW) 개발 기업 한컴인터프리 등 3개사는 매각에서 제외됐다.
한컴은 매각 대금을 데이터 기반 서비스 사업 투자 및 인수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세 경영인인 김연수 대표가 글로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 진출, 데이터 사업 강화 등을 천명한 가운데 관련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수한 지 몇 년 되지 않는 기업들마저 매각함에 따라 한컴의 사업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효자 노릇을 하던 안전장비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구 산청)도 사업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신규 인수 사업들 역시 유의미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매출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컴MDS는 2021년 매출액 155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해 한컴그룹의 연결 매출액은 3916억원이다. 그룹 매출의 약 40%가량이 한컴MDS에서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