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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 “CP-ISP 공생해야”…新인터넷시대 ‘공평한 분담’ 난제로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인터넷 생태계는 CP(콘텐츠제공사업자)와 ISP(인터넷제공사업자) 이용자가 공생하는 곳이다. CP는 콘텐츠를 생산해서 대가를 받고, ISP는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고 서비스 대가를 받는 것이 비즈니스모델이다. 서로의 비즈니스모델을 지켜줘야 발전할 수 있다.”(조영훈 SK브로드밴드 실장)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법정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도 이를 두고 첨예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인터넷 시대가 문자에서 동영상으로 접어들면서 CP가 유발하는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하자, CP와 ISP간 ‘공평한 비용 분담’이 새로운 난제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 SKB “문제의 본질은 망 무임승차”

SK브로드밴드는 지난 1일 열린 ‘망 이용대가의 본질과 그 쟁점’ 세미나에서 “인터넷 생태계는 CP와 ISP가 공생하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패널로 참석한 조영훈 SK브로드밴드 실장은 “문제의 본질은 재화·서비스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라며 “무임승차는 ‘공유재의 비극’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SK브로드밴드는 이미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다른 국내외 CP들과 달리 넷플릭스는 이를 회피하고 있다며 망 무임승차를 비판해왔다. 실제 디즈니와 메타(구 페이스북) 등 해외 CP들도 국내 ISP에 직·간접적인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해외 기업도 같은 망 비용을 내는 게 공정한 경쟁”이라며 ‘역차별’을 언급하기도 했다.

법정에서도 이 같은 쟁점이 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난 1심에 패소해 항소한 상태다. SK브로드밴드는 다른 CP들에도 이미 망을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인터넷 생태계의 피어링(peering·직접접속) 관행이 일반적으로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임에도 넷플릭스의 경우 정산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망 중립성 원칙, 절대적 종교 아냐”

학계 일각에서는 ISP에 일방적인 망 중립성 원칙이 지배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인터넷 시대에는 새로운 원칙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P와 ISP간 공평한 비용 분담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생태계를 지속 유지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 비용을 누가 분담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적합한가, 이제는 대형 플랫폼이 인터넷 생태계에서 가진 위치를 볼 때 일정 비용 분담을 할 때가 됐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네트워크 비용에 대한 공평한 분담을 원칙으로 그에 따른 수익을 일정 부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망 중립성은 절대적 종교나 신앙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20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 망 중립성을 주장한 사람들에게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를 예상했냐고 하면 아닐 것”이라며 “망 중립성 원칙이 인터넷의 본질인 건 맞지만,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논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로 커지고 있다. 미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이어 유럽 13개 통신사들이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비용 분담을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냈고,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대형 CP들의 망 투자비용 분담을 전제로 보편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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