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 미·중 갈등 확산 등 대내외적인 악재에 직면한 삼성전자가 차세대 기술 선점을 통한 정면 돌파에 나선다.
19일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소재 기흥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부문장, 정은승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 확정된 후 처음으로 현장을 찾았다. 당시 그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지속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분기까지 호성적을 거뒀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하반기부터 하락 국면이 전망되는 탓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재고는 21조508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0.7% 증가했다. 반도체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쌓인 것이다. 완제품은 물론 데이터센터 투자까지 축소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대안 모색이 시급해졌다. 미국의 연이은 중국 견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점도 우려 요소다.
삼성전자는 기술력 향상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선단 공정을 조기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경기침체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심산이다. 최신 기술을 갖춰 미·중 사이에서 대체불가한 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앞서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을 다녀오면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텔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 R&D 시설을 확장하는 등 천문학적인 금액을 붓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인텔의 연간 R&D 투자액은 20조원을 돌파했다. TSMC 역시 지난 6월 일본 R&D센터를 개소했고 연구비와 전문인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이들과 반도체 업계 수위를 다투는 삼성전자도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투자가 단행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연구기지를 짓는 것은 지난 2014년 경기 화성캠퍼스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 설립 이후 8년 만이다. 신규 R&D단지는 10만9000제곱미터(㎡) 규모로 오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설계(팹리스) 및 위탁생산(파운드리) 관련 연구가 진행된다. 기존 DSR과 근거리에 있는 만큼 두 연구소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와의 R&D 교류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경 부문장은 “우수한 R&D 인력들이 스스로 모이고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통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