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디지털 & 라이프] 결국 내려진 靑 패션 화보… 네티즌, 국격을 묻다

신제인
청와대 내에서 보그의 패션 화보 촬영이 진행됐다. 현재 화보는 모두 홈페이지에서 내려진 상태. (출처: 보그 코리아)
청와대 내에서 보그의 패션 화보 촬영이 진행됐다. 현재 화보는 모두 홈페이지에서 내려진 상태. (출처: 보그 코리아)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청와대 내에서 찍은 유명 패션 잡지의 화보가 연일 온라인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22일 보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청와대 그리고 패션!’이라는 제목의 화보를 공개했다. 총 32장으로 구성된 화보에는 청와대 본관, 영빈관, 상춘관, 녹지원 등을 배경으로 모델들이 파격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졌다.

네티즌들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개방에는 찬성해도 대한민국의 상징성과 존엄성이 응축된 공간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쓰이는 건 씁쓸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한국을 홍보하는데 효과적”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논란이 계속되자, 보그는 결국 홈페이지에서 해당 화보들을 비공개 처리했다.

◆ 160만명 다녀간 청와대, 끊이지 않는 ‘관리 부실’ 논란

지난 5월 10일, 청와대 개방 첫날 모습이다. (출처: 청와대)
지난 5월 10일, 청와대 개방 첫날 모습이다. (출처: 청와대)
한때 권력의 심장부였던 공간이 ‘국민들을 위한 공간’을 표명하며 전면 개방에 나선 지 100일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그간 청와대에는 160여 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평일엔 1만여 명, 주말엔 2만여 명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새롭게 떠올랐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청와대 개방 직후 보물로 지정된 ‘경주 방형돼좌 석조여래상’ 앞 불전함이 파손되거나, 한 가구업체에서 청와대를 배경으로 자사의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기행’도 만연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관리 인력과 환경 조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 지난 7월에는 청와대 관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의 의지와 상관없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청와대를 미술관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한차례 더 논란이 일었다.

보그의 상업적 촬영을 허용해줬다는 비난이 있기 전에도, 청와대의 향후 관리 체계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것이다.

◆ ‘국민합의’ 필요한데도... 본질에서 항상 벗어나 있는 ‘여·야 프레임

이번 보그 패션화보 촬영 논란으로 여야 간 대립 프레임이 커지고 있다. 순식간에 정쟁의 소재가 돼버린 것이다. 청와대 개방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본질을 차분하게 반추하기위한 담론은 사라졌다.

방문객의 숫자는 청와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반영한다. 애정이 있는 대상일수록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새로운 시도 그 자체를 응원해 줄 수도 있고, 동시에 걱정스럽거나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이치다.

일각에선 “다음 정부는 다시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공약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 또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청와대 개방은 반대 또는 찬성하는 국민 모두 각자가 초점을 다르게 두고 있을 뿐, 청와대에 대한 애정을 의심하지 않는다.

◆ 미래지향적 관점으로 ‘모두의 청와대 지켜내야

실제로 국보급 문화재가 다수 보존되어 있는 데다가 근현대사의 역사가 곳곳에 녹아 있는 청와대는 소중하게 보존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공간이다.

이를 일반에 공개하기로 결정한 정부의 선택 또한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를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기물이 파손되고, 쓰레기가 넘쳐나고, 본래 목적과 다르게 이용되더라도, 그저 ‘개방’만 한다면 진정으로 국민들의 품에 돌려주는 것인지 의문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지만, 충분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아 생기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국민들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재 인터넷에는 이번 패션 화보 촬영 논란이 정치권의 얄팍한 ‘진영 싸움’으로 왜곡되지 않고, 올바른 청와대 개방의 의미를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를 아끼고 권위를 지켜주는 노력이 곧 ‘대한민국의 국격’을 지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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