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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⑨] 통신매출 성장세 주춤…'비통신' 사활 건 통신3사

강소현

‘생존’이 화두다. 2023년이 밝았지만 IT산업계를 둘러싼 거시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기쇠퇴’(Recession)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IT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의 과감한 제도적 혁신도 요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전환’이라는 시대적 담론과 함께 디지털데일리는 2023년 신년기획으로 ‘IT산업, 생존의 경제학’을 주제로 IT산업계의 생존 해법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국내 통신 3사가 작년 역대 최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호실적이 점쳐지는 배경엔 ‘비(非)통신’ 사업의 성장이 자리한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2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합산 매출은 56조9347억원로, 전년보다 4.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기간 3사 합산 영업이익은 4조4601억원으로 추정된다. 10년 만에 처음 4조원를 넘은 지난해보다도 10.5% 증가한 수치다.

◆ 무선사업 매출 성장 한계…비통신사업의 성장

통신3사는 지난 한해 매 분기 호실적을 거둬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먹거리인 무선(통신)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 3분기 기준 각 사의 무선 사업 매출은 ▲SK텔레콤 2조6254억원 ▲KT 1조5470억원 ▲LG유플러스 1조462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무선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0.4%, 23.9%, 41.7%로, 직전 분기보다 0.6%, 0.7%, 3.8% 줄었다.

그럼에도 전체 매출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비통신사업이 있었다. 통신3사는 2010년부터 비통신사업을 확대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포화 상태에 이른 이동통신 시장에서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에 국한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통신사의 특성상 무선사업 만으론 성장엔 한계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수는 총 5558만6292명으로, 이는 통계청이 추산한 대한민구 전체 인구 수(약 5100만명)를 훨씬 웃돈다. 실제 인터넷보급률이 포화단계에 진입하면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역시 크게 늘지 않고 있다.

◆ 조직개편 통한 체질개선…모두 AI에 ‘방점’

이러한 배경 속에서 통신3사는 음성통화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미디어·데이터센터(IDC)·클라우드·모바일 플랫폼 등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B2C(개인간거래)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B2B(기업간 거래) 중심의 신사업 발굴에도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통신3사는 최근 각각 AI컴퍼니,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연결 기술에 AI를 더한 ‘AI 컴퍼니’로의 비전을 밝혔다.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와 분할한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과 함께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아이버스(AIVERSE) ▲커텍티드 인텔리전스(Connected intelligence) 등 4대 신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오는 2026년까지 기업가치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직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에이닷(A.)추진단'을 꾸리는 한편, 유무선 통신·엔터프라이즈·미디어 등 통신 분야의 기존 사업을 AI를 기반으로 재정의한 '디지털혁신CT(CDTO)'를 신설했다.

KT는 2020년부터 디지코 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왔다. KT는 디지코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클라우드·DX ▲AI·빅데이터 ▲로봇·모빌리티 ▲뉴미디어·콘텐츠 ▲헬스케어·바이오 ▲부동산·공간·IoT ▲금융·핀테크 ▲뉴커머스 등 8대 성장사업 조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도 KT는 이런 디지코 전략을 이어간다. 다른 산업과의 연계와 글로벌 진출을 통해 3차원적인 성장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AI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역량에 도전한다. KT는 지난해 AI생태계를 선도하는데 기반이 될 자사만의 초거대AI ‘믿음’(MIDEUM·Mindful Intelligence that Dialogs, Empathizes, Understands and Moves)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AI의 덩치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믿음은 ‘공감하는 AI’를 표방했다.

LG유플러스는 앞서 발표한 4대 플랫폼 전략(통신 기반 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 케어·Web3.0 플랫폼)을 올해도 지속 추진해 나간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해 9월 4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U+3.0 시대를 열고 2027년 비통신 분야 매출 비중을 40%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목표는 매출보단, 고객의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를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해 AI 고도화에도 힘쓴다. 인공지능(AI) 서비스 통합브랜드 ‘익시(ixi)’를 공개하고, AI가 적용된 스포츠 승부예측·고객센터·소상공인 서비스·U+tv 콘텐츠 추천 등 자체 개발한 서비스 및 기술을 선보였다. 자체 개발한 ▲스포키(SPORKI) 스포츠 경기 승부예측 ▲AICC 고객센터 콜봇 ▲AICC 우리가게 AI ▲U+tv 콘텐츠 추천 등 AI 프로덕트를 선보였다.

일부에선 이미 가시화된 성과가 나오고 있다. 매출 규모가 크진 않지만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분기 SK텔레콤의 미디어·엔터프라이즈·데이터센터·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20.6%, 8.9%, 31.3%, 90.2%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기간 KT도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디지털전환(DX)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B2B 사업의 누적 수주액이 21% 성장했다. 특히 AICC사업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구축사업의 확대로 전년 동기 매출 대비 91.7%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향후 전체 매출에서 비통신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3사는 모두 2025년까지 매출 비중을 40~5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수반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유지하면서 사업이 확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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