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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우선이라더니"…테슬라, 전기차 폭풍 할인에 韓 부품사 '초조'

김도현
- 커지는 단가 할인 압박…인도네시아 투자 고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부품업체들이 테슬라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핵심 고객사로 단비 같은 존재였다면 최근에는 먹구름을 몰고 오는 분위기다. 전기차 가격 인하, 신차 출시 지연 등 ‘테슬라 리스크’가 가시화하면서 국내 협력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공급망 재편 작업을 추진 중이다. 특정 기업이 따낸 수주 물량을 재입찰, 논의 중이거나 이미 체결한 계약 조건 변경 등이 구체적인 사례다.

가장 큰 목적은 부품 등 단가를 낮추기 위함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에서 카메라 모듈, 차체 소재, 전장 반도체 등을 납품하던 기존 협력사에 새로운 업체들을 추가하면서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것으로 안다”며 “이행을 앞둔 계약 일정을 늦추거나 다시 비딩하면서 부품사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40만5278대 차량을 인도했다. 다만 이 기간 생산량은 44만대로 이중 약 9%가 재고로 쌓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이 코로나19 사태로 일시 중단됐음에도 만든 제품을 다 팔지 못하는 상태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 구매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한국 미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대 20%(약 1600만원 수준)를 깎는 등 자동차 업계에서 보기 힘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수요 진작 및 재고 처분을 위해 테슬라가 파격적인 세일에 돌입한 것이다.

효과는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테슬라가 이달 초 모델3, 모델Y 등 가격 할인 이후 판매량(2~8일 대비 9~15일)이 약 80% 늘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테슬라가 추가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등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테슬라가 경쟁사 대비 2~3배 높은 이익률을 내는 만큼 아직 여유가 있다는 근거에서다.

문제는 할인에 대한 비용 부담이 한국 협력사로 넘어올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여러 중견·중소기업이 테슬라 공급망에 들어가 있다. 테슬라는 이들 업체에 단가 할인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이버트럭 등 테슬라가 예고한 신차 출시가 늦어지는 점도 부정적이다. 일부 국내 업체들은 관련 프로젝트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했으나 생산 시점은 미뤄지고 물량은 줄어들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테슬라 자율주행 반도체를 생산하던 삼성전자 역시 출시 지연에 따라 재협상 대상이다. 실제로 하드웨어(HW) 4.0 칩을 삼성전자가 제조할 계획이었으나 TSMC로 일정 물량이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 내 40%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도 영향권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과거부터 ‘배터리가 비싸다’는 견해를 유지해왔다. 일련의 과정에 따라 테슬라가 배터리 제조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나소닉, CATL 등과 함께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통상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에 당장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우나 장기적으로 여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주문감소(오더컷) 루머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된 해프닝으로 보인다.

한편 테슬라는 아시아 2번째 기가팩토리(생산공장) 부지로 인도네시아를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로서는 아쉬운 지점이다. 지난해 11월 머스크 CEO는 윤석열 대통령과 화상 면담에서 “한국은 최우선 투자 후보지”라고 밝혀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전에 뛰어든 바 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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