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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분산기업 ‘CEO 셀프연임’ 없애려면…“스튜어드십코드 강화해야”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에서 발생하는 지배구조 문제 개선을 위해 최고경영자(CEO) 선임·연임 절차를 엄격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강화할 필요가 있단 지적이 나왔다.

김형석 한국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개최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서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소유분산기업은 소유지분이 잘게 분산돼 대주주가 없는 기업으로,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을 대리한다. 소유분산기업의 CEO는 의결권을 갖지 않지만, 사실상 기업 경영 전반에 지배권을 가진다. 외부 일반주주가 분산돼 있어 경영 참여가 제한적인 까닭이다.

문제는 국내 소유분산기업의 CEO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참호를 구축(entrenchment)할 때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CEO를 선임해야 할 이사회가 CEO 권력의 참호 역할을 하는 경우다. 이에 따라 다소 부적격한 자가 CEO를 연임하는 사례가 관찰되기도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김 본부장은 “외부 일반주주, 특히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등 주주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시장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의결권이 없는 경영자에게 실질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 본부장은 “특히 공적 연기금에 대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기금 운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코드 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할 수 있고, 또한 투자 대상기업 기업지배구조 이슈에 대한 주주권 행사 수준 등을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김 본부장은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기준을 완화하고 전자투표제를 확대할 것 ▲ 신용평가사가 소유분산기업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위험 요인을 신용 평가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제도적으로 유도할 것 등을 제안했다.

기업 내부에서 CEO 선임·연임 절차를 엄격하게 감시·제한하는 규율 체계를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에 대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권고하는 것도 실효적 방안이 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CEO 연임 시 필요한 적극적 자격요건을 명시하고 그에 따른 투명하고 합리적인 검증 절차로 연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장기 연임시에는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특별결의로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외이사에 의한 독립적인 감시·감독 기능이 강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사외이사의 실제 활동 내용과 성과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는 법제도적 환경을 단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소유분산기업 가운데서는 KT 구현모 대표가 연임에 도전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실상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CEO 연임 절차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민연금도 직접 참석해 의견을 밝혔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기업 지배구조는 국민연금 수익률에 중요한 요소”라며 “최근 횡령, 뇌물, 불완전판매, 서비스 장애 등 부정행위에도 CEO가 직위를 유지하는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에서도 G(지배구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주주권 행사에 대해 보다 더 강화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있는데,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홍민 성신여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연기금을 대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며 “사학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공적 연기금을 통합해 스튜어드십 코드 플랫폼을 만들고 사단법인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일각에선 그러나 연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가가 연기금을 활용해 민간기업을 공기업처럼 다루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소유분산기업 CEO가 (정권교체로 인해) 임기 도중 그만두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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