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원님, 누구를 위한 '추가 보상청구권'인가요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자본력이 크게 뒤떨어지는 국내 OTT사업자가 해외 OTT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내 창작자와 상생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수익배분을 잘 할 수 밖에 없습니다.”
OTT 등 플랫폼과 학계를 중심으로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식재산권(IP)을 이미 양도한 창작자가 영상저작물 최종제공자에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추가 보상청구권’의 도입이 이 법안의 골자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쉽게 말해, 넷플릭스에 이미 구매대금을 받고 오징어게임의 IP를 양도한 황동혁 감독이 성공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를 넷플릭스에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업계가 개정안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다.
개정 취지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은 물론 이해한다. 그러나 창작자에 대한 플랫폼의 투자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 또한 적지않다. 플랫폼의 입장에선 어떤식으로든 잠재적 지출인 '추가 보상금'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리스크를 줄이고자 흥행이 보장되는 장르에 제작 투자가 집중돼,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 감소 및 K-콘텐츠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유정주 의원은 추가 보상청구권 도입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근거가 빈약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저작권법 개정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공청회에서 “K팝 붐이 불기 전부터 저작권료는 징수됐으며, 저작권료는 오히려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는 동력이 됐다. (추가 보상금 청구가) 사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국내 창작자가 처한 환경은 안타깝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2020년 조합원 258명과 비조합원 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창작자(감독) 공정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독이 1년 동안 받는 평균 연봉은 약 1800만원 수준으로, 이는 1년 차 미만의 웹툰 신입작가가 받는 초봉(9900만원)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창작자의 상황이 열악해진 원인이 플랫폼에 있다고 볼 근거는 빈약하다. 그리고 유정주 의원이 원하는 방향대로 저작권법이 개정되더라도 창작자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추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플랫폼이 투자를 축소하고 일부 창작자에만 투자가 집중된다면, 보상금을 받은 소수의 창작자 외 다른 창작자들은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사실 국내 창작자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플랫폼이 아닌 제작사다. 제작사가 창작자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익배분 계약 방식을 살펴보면 드라마 초방에 대한 계약은 제작사(방송사)와 창작자 간, 그 뒤 콘텐츠 유통에 대한 계약은 제작사(방송사)와 플랫폼 간 이뤄진다.
또 제작사(방송사)는 플랫폼과의 계약에 따른 수익을 창작자와 재배분하는 방식이다. 제작사 대표이사였던 유정주 의원이 더 잘 알고 있을 부분이다.
‘오징어게임’의 대본이 10년 전 투자자들로부터 거절당했다는 황동혁 감독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다.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황동혁 감독과 오징어게임도 없었을 터다. K-콘텐츠 성공에서 플랫폼이 기여한 부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유정주 의원이 속한 야당에선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를 핵심 과제로 설정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K-콘텐츠의 발전을 위해 국내 창작자의 처우 개선은 당연하다. 다만 창작자는 물론, 콘텐츠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이 상생할 수 있는 법안이 검토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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