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주총2시간·고성난무' 진땀 뺀 DB하이텍…소액주주 반대 뚫고 '분할'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 브랜드 사업부 물적분할 안건 ‘압도적 찬성’
- 개인주주 비판에 진땀 뺀 DB하이텍 경영진
- 12인치 파운드리·SiC 투자 예고…DB팹리스 5월 출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DB하이텍이 결국 분사한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설계(팹리스) 사업을 분리해 전문성 강화 및 경쟁력 제고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일부 주주들의 반발을 이겨내면서 회사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29일 DB하이텍은 경기 부천 본사에서 제7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앞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 물적분할을 예고한 가운데 소액주주연대가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통상 제조업 회사 주총은 주주 참석률이 높지 않고 30분 전후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번 DB하이텍 주총은 이슈가 있던 만큼 140여명이 현장을 찾았다. 이에 따라 주주 확인, 안건 투표 집계 등으로 예정된 시간(오전 9시)보다 약 20분 늦게 시작됐다. 꼬리를 무는 질의응답에 2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이사회 의장인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그동안 주주들의 깊은 신뢰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해왔다. 어느 때보다 주주의 믿음과 지지가 필요한 시기”라며 “모든 임직원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격려와 성원 부탁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최 부회장은 ▲경영 성과 ▲비전 및 투자 전략 ▲사업구조 개편 및 주주친화 정책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를 통해 물적분할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DB하이텍은 순수 파운드리 전문기업으로, 브랜드 사업부는 팹리스 전문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본격적인 안건 처리가 이뤄지자 주총장에는 고성이 난무하고 질문이 쏟아졌다. 역시나 화두는 물적분할이었다. DB하이텍은 브랜드 사업 분사 이후 100% 자회사 체제를 유지하겠다면서 5년간 신설 자회사(DB팹리스)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 주주는 “왜 5년이라는 기간을 정해놓는지 모르겠다. 상장 안 하겠다고 약속하면 되는데 조건을 다니까 주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최 부회장은 “정부 가이드라인 5년이다. 만에 하나 하더라도 주주 승인받아서 할 것이고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DB하이텍은 상장 추진 시 ‘모회사 주총 결의 의무화’ 조항을 자회사 정관에 신설할 방침이다.
양측 대립이 도돌이표 되는 상황에서 이상목 소액주주대표도 발언했다. 이 대표는 “명분 없는 분할로 왜 분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나눈다고 해서 고객사의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 대만 미디어텍처럼 키우려면 인적분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와 별개로 분할계획서 승인 건은 싱겁게 결론이 났다. 의결권 있는 주식 수 4284만522주 중 53.0%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결요건인 33.3%를 넘어섰다. 반대표는 7.3%에 그쳤다.
물적분할이 확정됐음에도 주주들의 비판은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주주는 “미등기임원 2명이 68억원을 받아 가는데 어떤 주주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 등기 이사로서 책임을 져야한다”면서 “거액을 받아가면서 주당 배당금이 1300원에 불과한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주주가 거론한 이들은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보수로 각각 31억2500만원, 37억100만원을 받았다. DB하이텍 최고경영자(CEO)였던 최 부회장 연봉은 10억8800만원이었다.

최 부회장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한국 기업집단이 일반적으로 그렇다. 답변할 내용은 아니”라고 말해 한바탕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DB하이텍이 그리는 그림대로 흘러가게 됐으나 향후 소액주주연대 등의 추가 대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물적분할 과정에서 보여준 주주들의 성원과 지지에 감사하다. 의견을 겸허히 새겨듣고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전문성 강화를 통해 세계적인 시스템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라는 주주 목소리를 명심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DB하이텍은 12인치 파운드리 및 실리콘카바이드(SiC) 부문 투자를 공식화했다. 각각 2조5000억원, 8000억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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