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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스크] 한중관계 악화일로 반복에 판호 받은 게임사들 ‘한숨만’

왕진화 기자

[출처=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중국 내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및 한국 연예인 출연 방송이나 광고 등 송출을 금지시켜 한류를 즐길 수 없도록 하는 ‘한한령(限韓令)’이 올해 들어 풀려가는 듯 했으나, 현지 곳곳에서 우려할 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근 네이버 접속이 현지에서 금지되고, 한국 연예인의 예능방송 출연이 무산됐다. 지난 5일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Baidu)에서는 ‘역사와 문화를 함께 지키고 계승하자’는 메시지가 인기 검색 토픽(热搜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카드뉴스를 제작했고, 현지 네티즌들은 지금도 이를 찬양하는 듯한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8년째 지속 중인 한한령으로 인해 그간 비슷한 이슈들은 비일비재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이슈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지만 현재에 이르러선 겉으론 내성이 강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해 판호를 발급받고 현지 퍼블리셔 도움으로 베타 테스트나 사전 예약을 시작하는 등 중국 버전 출시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일부 게임사 속내는 다르다. 혹여라도 한중관계 악화로 정식 서비스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중국 규제당국, 판호 발급 요원했지만…지난해부터 빗장 풀려

중국이 한국 게임을 대상으로 판호 발급을 본격 멈췄던 건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가 결정됨에 따라, 중국에서는 이에 대한 보복 일환으로 한국 문화콘텐츠 수입을 막았다. 게임도 이에 포함됐다.

중국에서는 외자 판호를 발급받아야만 한국 및 해외 게임사가 개발한 타이틀을 현지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448억2000만달러(한화 약 59조5000억원)으로, 전 세계 시장점유율 2위다.

한국 게임사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수출 길 자체가 막히게 되면서 중국 게임 시장과도 거리가 벌어졌다. 중국은 한한령 존재 자체 부정은 물론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내외적으로는 사실상 한한령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한국 문화를 적대적으로 여겼다.

그렇게 중국은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을 멈춰왔었다가, 한중 문화 교류의 해였던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를 서서히 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한국 게임이 대거 판호를 발급받게 되면서 모처럼 게임주에도 훈풍이 불기도 했다.

넥슨 ‘블루 아카이브’와 데브시스터즈 ‘쿠키런:킹덤’, 넷마블 ‘제2의나라’,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등 다수 판호를 받았던 게임들도 테스트 및 사전 등록을 실시하면서 중국 이용자와의 접점을 적극 늘리고 있었다. 판호 발급 타이틀이 없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게임사는 주력 게임으로 판호를 발급받기 위해 적극 도전하거나 중국 퍼블리셔와의 소통에 주력해왔다.

[출처=픽사베이]

◆안심할 수 없는 한중관계…현지 공략 속도 조절·대체시장에도 주력

최근 한중관계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연내 중국 버전 출시를 준비 중인 게임사들은 애써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있다. 지난 2020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정식 서비스 하루 전 출시가 무기한 연기된 전례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당시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가 게임 과몰입 관련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추가 작업에 나서면서 출시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업계 및 전문가들은 당시 한중관계가 크게 악화됨에 따라 출시를 중국 규제당국에서 일방적으로 취소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이슈들이 투자자 불안을 키우면서 국내 게임주 하락 폭도 키웠다. 지난달 23일 관련 우려가 쏟아진 이후, 한국거래소에서 국내 주요 게임주로 구성한 KRX 게임 K-뉴딜지수는 지난달 29일까지 7.22% 하락했다.

다만 아직 현지 서비스 중인 게임이나 출시 예정 게임을 대상으로는 규제 당국의 움직임이 별다르게 관측되지 않은 만큼, 출시 일정 자체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부 게임사 주가는 어느 정도 다시 돌아왔다. 일례로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한 넥슨게임즈의 지난달 22일 종가는 2만1050원이었고, 이후 한한령 부활 우려에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지난달 25일 종가 1만9440원을 기록했으나 5일 다시 2만원대에 안착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중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며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지만, 로스트아크, 쿠키런:킹덤, 블루 아카이브 등 판호를 받은 게임들은 출시 절차가 이상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사전예약 및 마케팅, 클로징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한다는 것은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 대비 현지의 시장 개방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게임업계는 중국 게임 시장 대응 방안으로 신흥국 진출 및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앱 마켓 신규 다운로드 허용을 인도 정부로부터 조건부로 승인 받았다. 위메이드는 중동 게임업체와의 스킨십을 늘리며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라비티와 플레이위드 등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익 증대는 한중관계 악화 전이나 후나 모든 게임사의 목표였다”면서도 “게임사들이 기존 주력 수출 국가였던 북미·유럽 본격 공략은 물론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시야를 넓히게 된 계기는 한중관계 악화 비중도 크다”라고 말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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