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2차전지 순풍이지만…디에이테크, 신사업 추진 문제없나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디에이테크놀로지의 2차전지 제조설비. [사진=디에이테크]
디에이테크놀로지의 2차전지 제조설비. [사진=디에이테크]

- 디에이테크놀로지-코리센, 비희토류 영구자석 신사업 '맞손'
- 디에이, 2차전지 사업 성장세에도 적자 지속... 신사업 기대효과 불분명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국내 2차전지(배터리) 자동화 설비 전문기업 디에이테크놀로지(이하 디에이테크)가 ‘비희토류 영구자석(페라이트)’ 신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증가세인 매출과 달리 2020년 이래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사업 성공 가능성을 두고 관심이 집중된다.

디에이테크는 지난 8일 국내 지정맥 생체인증 솔루션 업체 코리센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코리센이 지난달 한국재료연구원으로부터 확보한 비희토류 영구자석 개발 기술 실시권을 바탕으로 양사가 기술이전 및 제품 상용화에 협력하는 것이 골자다.

코리센은 기존 페라이트 영구자석보다 성능과 고온 내성이 높은 Mn-Bi(망간-비스무스) 자석 기술을 확보했다. 영구자석은 전기차에서 모터를 구동할 때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다. 주로 희토류인 네오디뮴 기반 영구자석이 사용되지만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아 중국이 이를 무기화할 경우 전기차 시장이 휘청일 수 있다.

비희토류인 페라이트 자석은 네오디뮴 자석보다 성능은 낮아도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상대로 상대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양사의 이번 합작을 두고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8일 디에이테크와 코리센의 본계약 체결 소식 이후 디에이테크 주가는 전일보다 6.7% 상승했다. 다만 올해 2차전지 신사업 진출 소식에 주식시장이 보였던 높은 기대감에 비하면 큰 폭의 상승은 아니다. 이튿날인 9일은 전일 대비 하락세를 유지하다 장 막판에야 2.16% 증가하는데 그쳤다.

디에이테크의 페라이트 영구자석 신사업은 당장 기대를 걸기에 몇몇 미진한 구석이 있다. 우선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이 낮다. 디에이테크의 주력 사업은 배터리 제조 공정용 ▲노칭 ▲스태킹 ▲폴딩 설비다. ‘제조업’이란 공통점만 빼면 영구자석 사업과는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파트너인 코리센도 이와 거리가 먼 인증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올해 초 배터리 산업과 무관했던 기업들이 잇따라 2차전지 신사업 진출을 발표했다가 시장의 투심을 자극하고 적잖은 비판을 샀다. 디에이와 코리센도 신사업 진출 배경과 기대 효과 등을 대외적으로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중 공급망 전쟁으로 희토류 대체재가 주목받고 있어 디에이테크-코리센의 비희토류 영구자석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번 협약에서 코리센은 기술 상용화 연구개발을 맡고 디에이테크는 기자재 구비와 생산시설 운영을 통한 양산 및 판매를 담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용화 일정 및 목표 시장 및 규모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제품 양산과 수익 발생까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디에이테크의 적자행진도 우려를 키운다. 디에이테크의 매출은 2020년 이래 2차전지 설비사업 성장에 따라 3년 연속 상승(2022년 532억원)했다. 올해 1분기는 전년도의 50% 수준인 2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1200억원 규모의 수주가 매출로 본격 전환된 덕분이다. 회사는 올해도 1000억원 이상의 수주가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장기화된 영업손실이다. 디에이테크는 지난 2019년 이후 3년 연속 120억원~170억원 규모의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이 급증한 올해 1분기도 56억원의 영업손실로 마감했다.

회사의 보유 자금도 넉넉하진 않다. 1분기 기준 디에이테크의 현금성자산은 16억1600만원에 그친다. 회사의 단기 채무상환 능력을 알 수 있는 유동비율은 163%로 빚보다 자산이 많지만 ‘안정권’으로 평가되는 200%에 못 미친다. 대신 지난 5월26일 40억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져 일부 숨통이 틔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또한 2020년 이래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현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규모 자본이 요구되는 신사업 추진에 적합한 시점인지, 디에이테크가 영업이익 개선과 신성장 동력 확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른다.

디에이테크는 영업손실에 대해 급증한 수주 납품 대응 차원에서 인력 충원 및 원재료 확보 비용이 한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미가동 공장과 유휴자산 처분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납품에 따른 대금 입금 등이 이뤄지면 2분기부터 수익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