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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찍먹] ‘디아블로4’식 오픈월드 매력 부족, 탐험 재미는 어디에

왕진화 기자
[사진=디아블로4 플레이 화면 갈무리]
[사진=디아블로4 플레이 화면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선행 플레이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열흘 간 ‘부먹’에 가까운 수준으로 즐겨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디아블로4(Diablo4)는 오픈베타 때부터 느꼈던 아쉬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개발진이 내세운 ‘오픈월드’는 그저 맵이 단순히 커지기만 한 광활한 운동장에 불과했다. 비선형적 서사로 1~3막 기준 원하는 메인 퀘스트를 골라 즐길 수 있는 등 장점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디아블로 시리즈 최신작인 만큼 아쉬움이 컸다.

지난 2일 디아블로4 얼티밋 에디션 구매로 정식 출시일보다 일찍 플레이를 시작하게 되면서 ‘드루이드’를 선택했다. 이 클래스는 공격력이 타 클래스 대비 가장 약하면서도 공격 속도나 이동 속도가 느려, 오픈월드를 채택한 디아블로4에서 특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전에는 공격 속도가 빠른 편인 원소술사로 테스트를 진행해 봤었지만, 탈 것이 생긴 만큼 월드를 누빌 때 부담이 덜할 것이란 생각에 이를 플레이해봤다. 예상대로 초반 드루이드는 육성 자체가 쥐약이었다. 오픈베타와 서버 슬램에서 체험했던 원소술사와 비교하면 공격 및 이동 속도도 현저히 느렸고 이동기 또한 따로 보유한 것이 없어 인내심을 요구했다.

다만, 큰 덩치에 걸맞는 묵직한 스킬과 시원시원한 타격감은 확실했다. 초반엔 ‘늑드루’(늑대인간 드루이드)로 기술 트리를 찍었고, 늑대 소환수를 1마리 더 추가 소환할 수 있는 옵션도 드롭 아이템에 붙었다. 2막 ‘아이리다’를 소탕할 때 무자비하게 다가오는 회오리 공격을 피하느라 딜을 넣을 수 없었지만 늑대들에게 더욱 의지됐다.

[사진=디아블로4 플레이 화면 갈무리]
[사진=디아블로4 플레이 화면 갈무리]

초반 계속해서 드롭되는 템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곰드루’(곰인간 드루이드)가 돼 있었다. 곰 고유 이미지 때문에 더욱 움직임이 둔해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몰렸을 때 광역 스킬 쓰임새가 많았다. 묵직한 움직임으로 크리티컬한 대미지는 물론 스턴까지 부여해 몰아치는 몬스터 처치가 수월했다.

게임 속 탈 것은 하나의 이동 수단에 불과하지만, 오픈월드에서의 탈 것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혹자는 맵 곳곳을 둘러보며 ‘릴리트의 제단’이 어디 있는지, ‘조용한 궤짝’이나 상호작용 되는 것들을 찾아보며 재미와 성취감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오직 걸어서 느낄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이동 속도가 가장 느린 드루이드는 물론 다른 클래스도 탈 것 부재에서 비롯된 불편함이 컸다. 어느 곳이든 순간이동진이 있는 마을에선 이동기는 물론 스킬 사용 자체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꼼짝없이 탈 것을 얻기 전까진 포인트앤클릭으로 맵을 개척해 나가야 했다.

[사진=디아블로4 플레이 화면 갈무리]
[사진=디아블로4 플레이 화면 갈무리]

플레이어는 탈것을 얻을 수 있는 ‘4막:밀려드는 폭풍’ 퀘스트 진행까지 인내심을 가져야만 하지만, 초반 1막부터 3막까지 요구하는 이동 범위 자체는 상당하기에 탈 것부터 얻어야 모든 게 수월할 것이란 강박이 초반 플레이 내내 지속된다. 이에 대부분 이용자는 경주마처럼 오픈월드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4막까지 앞만 보고 달린다.

디아블로4가 시리즈 처음으로 내놓은 오픈월드인데, 게임 진행 초반에 이 매력을 제대로 경험해보기란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픈월드를 내세운 점이 무색해진다. 예컨대 마을 속 의자에 ‘앉기’를 눌러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상호작용되는 물품들을 찾아도 성우들이 비장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연기가 아닌 대사 자체를 대본째로 읽을 뿐이다.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도 하나씩 알려주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도 불편하다. 이 때문에 강제되는 6스킬도 성장은 물론 탐험 자체를 방해한다. 탐험은 그저 약초나 광석을 캐러 다닐 때, 아이템 파밍을 위해 시체를 뒤집는 ‘시체런’을 할 때에만 해당됐다.

[사진=디아블로4 플레이 화면 갈무리]
[사진=디아블로4 플레이 화면 갈무리]

정작 탈 것을 얻은 뒤에도 오픈월드 탐험 자체는 소홀해진다. 4막까지 달려오면서 미처 둘러보지 못한 주변을 그제서야 필요한 것만 몰아쳐 체크할 뿐이다. 대부분 이용자는 공략 글을 보고 맵 속 릴리트의 재단이나 순간이동진을 찍으러 다니기 바쁘다.

오픈월드에 집중한 나머지 핵앤슬래시 장르로서의 색도 전작들보다 희석됐다. 넓어진 맵 탓인지 몬스터가 몰아친다는 느낌이 약했다. 오픈 베타 때부터 지적돼 온 던전 몰개성화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나마 ‘용사의 최후(용사런)’ ‘에리두의 폐허(에리두런)’ 같은 던전에서 파밍 재미를 느껴도 잠시뿐이었다.

과도하게 적용되는 ‘레벨 스케일링’(이용자 레벨에 비례해 자동으로 적이 강해지는 시스템)도, 보석들로 꽉 차 부족한 인벤토리도 디아블로 시리즈 특유의 ‘득템’ 재미를 반감시킨다.

확장팩을 위한 게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재미를 더욱 느끼게 해줄 만한 한방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디아블로4 완성도가 이대로 머무른다면 아쉬운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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