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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할리우드 작가, 제작자와 합의…국내 영향은? [IT클로즈업]

강소현 기자

할리우드 작가 1만1천500여 명이 소속된 미국작가조합(WGA)은 26일(현지시간) "우리 조합의 협상위원회와 동부·서부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과의 합의를 권고했다"며 파업을 27일 오전 0시 1분에 끝낸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이 제작자 측과 잠정 합의를 이뤘다. 파업을 시작한 지 146일 만이다. 임금 인상 등 당초 창작자들이 요구한 상당부분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1만1500여명의 할리우드 작가를 대표하는 미국작가조합(WGA)은 이날 조합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영화·TV제작자연합(AMPTP)과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작가조합(WGA)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스트리밍 산업이 극장을 대체하고 인공지능(AI)이 기존 영화 산업을 위협한다며 파업에 돌입했다.

5개월 가까이 대립해오던 양측은 지난 20일부터 5일간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제작사 측에서는 디즈니의 밥 아이거,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자슬라브, NBC유니버설의 도나 랭글리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협상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1만1500여명의 할리우드 작가를 대표하는 미국작가조합(WGA)은 이날 조합원들에 보낸 메시지에서 영화·TV제작자연합(AMPTP)과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 WGA]

양측의 노력의 결과로 협상은 타결됐다. WGA가 공개한 합의안 요약본에 따르면 합의안에는 작가들의 임금과 건강 및 연금 기여금을 인상하고, 인공지능(AI) 도입으로부터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창작 과정에서 AI의 역할을 제한했다. 기존 스크립트를 AI 모델 훈련에 사용하는 경우 지적재산권(IP)이 침해받을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 작가는 대본을 쓸 때 AI를 사용할 지 선택할 수 있지만 제작자가 AI 사용을 요구할 순 없다. 하지만 제작자가 AI를 사용해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았다.

현재 합의안은 조합원 투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조합원 투표는 내달 초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합의를 시작으로, 얼어붙었던 제작시장이 곧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배우 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배우들도 재상영분배금 정산 문제로 고용계약 협상이 결렬돼 동반 파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WGA의 합의를 계기로 이들과의 협상도 본격화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많은 할리우드 TV프로그램과 영화들의 제작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디즈니와 마블의 '블레이드', 파라마운트의 '에빌' 등이 대표적이다. WGA와 SAG-AFTRA의 파업에 따른 미 전역 내 경제적 손실은 50억 달러(약 6조6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국내 시장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았다. 미국에 제작사를 둔 CJ ENM과 SLL 등도 WGA 총파업으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영화와 드라마, 각종 TV 프로그램 등의 제작을 중단하거나 연기했다.

국내 제작업계 관계자는 “SAG-AFTRA와의 협상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이 완전히 긍정적이라 보긴 어렵다”라면서도 “이번 잠정 합의를 시작으로 (SAG-AFTRA와의 협상도) 탄력이 붙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론 국내 제작업계는 물론, 이에 투자하는 플랫폼 업계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제작비가 고공행진 하는 상황 속에서 플랫폼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결국 제작사들에 대한 콘텐츠 투자비도 줄고 창작자들에 돌아가는 임금도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플랫폼과 투자자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누적되면 결국 그 어려움은 창작자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라며 “좋은 협상의 결과지만, 지금처럼 경쟁이 활성화되고 투자가 어느정도 보장될 때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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