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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웨어 후폭풍] 브로드컴 인수 잔혹사 반복되나?… 대안 찾기에 분주한 기업들

이종현 기자
VM웨어 본사에 설치된 간판. VM웨어는 최근 'VM웨어 by 브로드컴(VMware by Broadcom)'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VM웨어 본사에 설치된 간판. VM웨어는 최근 'VM웨어 by 브로드컴(VMware by Broadcom)'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VM웨어가 브로드컴에 매각되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영구 라이선스 판매를 종료하고 모든 솔루션을 구독 라이선스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vSphere, vSAN, NSX 등 대표 제품을 비롯해 Aria, 클라우드 파운데이션 등도 영향을 받는다.

구독 비즈니스의 강화는 특별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인수 이후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에비타(EBITDA) 기여도를 2배 가까이 높이겠다는 내용과 함께 발표된 만큼 단순한 비즈니스 형태 변화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이 대대적인 가격 인상을 추진하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브로드컴 잔혹사… 2019년 CA, 2020년 시만텍도 그랬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브로드컴과 VM웨어의 행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학습된 긴장이다.

브로드컴은 2018년 CA테크놀로지스를 189억달러에, 2019년 시만텍을 107억달러에 인수했다. 두 기업 모두 한국에서 활발히 비즈니스를 이어나가던 기업이다. 하지만 브로드컴에 인수된 이후 한국 지사는 철수했다. 갑작스레 제품 가격을 수배 이상 인상하기도 했다.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오른 것이다.

마냥 브로드컴을 비판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로드컴이 애당초 수익을 위해 인수합병(M&A)를 반복하는 ‘기업 사냥꾼’임을 감안하면 본래의 역할에 충실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같은 브로드컴의 행보에 피해를 입는 국내 기업들은 볼멘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특히 VM웨어가 강점을 지닌 가상화 기술은 쉽사리 마이그레이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전의 CA테크놀로지스, 시만텍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라고 본다. 브로드컴이 VM웨어 인수를 발표한 것은 2022년5월이다. 690억달러의 초대형 인수다. 다만 세계 각국의 규제당국에 의해 인수 절차가 지연됐다. 최초 인수부터 사업 재편 및 가격 인상 등을 염두에 뒀다가, 이번에 인수 절차가 완료되자 곧바로 시행에 옮긴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당장의 관심사는 170여명에 달하는 VM웨어 코리아의 미래다. 브로드컴은 CA테크놀로지스 인수 이후 35여명이었던 한국지사 인력 대부분을 해고했다. 시만텍도 인수 1년도 채 되지 않아 30여명 중 2~3명만 남긴 채 해고했다.

브로드컴에 인수된 기업에서 재직했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라곤 하지만 사실상의 해고나 마찬가지였다. 지원받고 나갈 거냐, 있다가 지원도 없이 그냥 나갈 거냐고 압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대안 찾기 바쁜 기업들… 금융권 움직임 분주

이번 VM웨어의 변화에 기업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 시장 점유율은 1위가 시트릭스, 2위가 VM웨어다. 그러나 시트릭스의 경우 연초부터 한국 조직을 축소해왔다. 연초 절반에 가까운 인력이 퇴사해 국내 조직 규모는 2023년1월 26명에서 2023년10월 12명으로 줄었다. 올해 퇴사자는 15명이고 입사자는 1명이다.

2022년 사모펀드에 매각된 것이 시트릭스의 국내 사업 축소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당장의 수익성에 집중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다.

시장 1위 기업이 국내 사업을 정리하는 와중에 2위 기업인 VM웨어마저 국내 사업을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자 기업들은 대안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가상화 SW 기술을 보유한 기업 관계자들은 “최근 문의가 굉장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솔루션을 사용 중인 기업들로서는 위기이지만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게는 기회다.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최근 국내 사업 강화를 선언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기업 수세(SUSE)다. 수세는 가상화 및 쿠버네티스, 보안 등 VM웨어와 비슷한 유형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VM웨어와 제품 포트폴리오가 겹치는 것은 레드햇도 마찬가지다.

수세 코리아 최근홍 지사장은 “최근 하베스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고객들도 대안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중인 듯한데, 수세가 좋은 대안이라는 확신을 드리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상화 기술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뉴타닉스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타닉스는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 시장의 강자이고, MS도 하이퍼바이저인 ‘하이퍼-v’를 제공 중이다. 오라클도 가상머신(VM) SW ‘버추얼박스’를 제공한다.

국산 기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시장 초창기 기술력의 차이 때문에 외산 제품을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국산 제품의 입지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중 소만사의 경우 금융권 고객을 중심으로 외산 제품을 자사 제품으로 윈백한 상태다.

국내 환경에 친화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무기다.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사용 중인 IT 환경과 잘 맞물리는 최적화 및 호환성이 제공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지원은 외국계 기업보다 국내 기업이 더 낫다는 주장이다. 소만사, 틸론 등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가비아, NHN크로센트 등도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국 가상화 기술 기업들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한국 기업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3년 이상 점진적인 변화가 있을 듯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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