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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 스위트홈 시즌3, '신인류'에게서 '기생수'가 보인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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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시즌3 중 한 장면. [ⓒ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3 중 한 장면. [ⓒ 넷플릭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모든 진화의 끝"

이는 스위트홈 시즌3의 메인 카피이자, 극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다. 스위트홈 제작진은 시즌2 말미 알에서 깨어난 '이은혁(이도현 분)'을 보여주며 '신인류'라 칭하는 괴물화의 마지막 단계임을 암시한 바 있다.

시즌3 메인 예고편에서조차 신인류를 대표하는 은혁이 '차현수(송강 분)'가 보호하는 인간과 특수감염자 사이 왕으로 군림하는 '편상욱(이진욱 분)' 중 어느 편에 합류할 것인 지를 비중있게 다뤘다.

그러나 시즌3에서 신인류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사제복을 입고 동족을 찾아나선 신인류들은 상욱의 촉수 한 방에 나가 떨어졌고, 그나마 은혁이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지만 이마저도 한 두 씬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괴물화의 최종 진화 단계를 거쳐 불사의 몸이 된 신인류가 세력을 모아 특수감염자 집단과 맞선다거나, 초월적인 힘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며 새로운 지구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극적 상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신인류의 등장은 스위트홈 전체 서사를 반전시킬 '히든카드'에서 거대한 '맥거핀(극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 주의를 끄는 일종의 트릭)'으로 전락하기에 이른다.

오는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 넷플릭스]
오는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 넷플릭스]


특히 엔딩신 직전 등장하는 신인류 무리는 마치 눈동자만 살아있는 좀비떼를 연상케했다. 이는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감정이 남아있지 않은 '기생수'와도 흡사한 설정이다. 기생수는 외계 생명체로, 인간의 뇌를 잠식한 후 육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한다는 설정인 데 스위트홈 속 신인류 역시 감정이 남아있지 않는 존재로 표현된다.

기생수와 신인류는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두 존재 모두 인간보다 강한 힘과 신체 재생 같은 특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을 학습해 나간다는 점에서도 동일한 설정으로 볼 수 있는데, 신인류가 인간과 어울려 살아간다는 점을 대입하면 기생수보단 학습 능력이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위트홈 시즌3가 보여준 설정은 기생수 뿐만 아니라 '경이로운 소문'까지 연상케 한다. 극 중 현수는 괴물화된 '이경(이시영 분)'의 정신세계에 들어가 교감하며 그를 인간으로 되돌려 놓는다. 흑과 백의 대비, 정신을 지배하려는 존재와 육체의 주인 간 벌어지는 멘탈 싸움, 이를 되돌리는 주인공의 사투는 경이로운 소문의 설정을 쏙 빼 닮았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선 은혁을 포함한 신인류의 비중이 높아야 했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등장인물 간 빈약한 서사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제작진 스스로 전면에 내세운 '신인류 설정'만큼은 충분히 설명해야 하지 않았을까.

심지어 시즌2 말미 괴물화를 거친 은혁이 고치 형태로 탈피를 거쳐 신인류의 형태로 등장한 것이 원작의 프리퀄 웹툰인 '엽총소년'의 세계관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맥거핀으로만 활용된 신인류 설정은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신인류의 대장이 된 은혁과 주민들을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날개를 펼치는 현수의 갈등, 대립, 협력을 웹툰의 반만이라도 표현했더라면 시즌2에 실망했던 팬들을 어느 정도 만족시켜줄 수 있지 않았을까. 2020년 원작을 기반으로 한 첫 시즌 이후 4년 만에 최종편을 공개한 스위트홈이 아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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