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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장비 일색 국내 데이터센터…정부, 국산화 추진 나섰지만 한계 뚜렷?

권하영 기자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최근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이 늘고 있지만 정작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기술과 제품은 외산에 의존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이에 정부는 기술 자립화를 위해 데이터센터 내 장비 등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30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인공지능(AI)·디지털혁신 분야 사업 중 하나로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 산업발전 지원’을 위한 총 95억원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 산업발전 지원사업은 국내 데이터센터 내 장비 국산화 실증 및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내용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장비들을 외산으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국산화하면서 AI 및 소프트웨어(SW)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밝혔다.

최근 데이터센터는 AI 기술 발전과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인해 IT인프라 핵심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국내에서 34개 이상의 신규 상업용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국내 데이터센터(상업용) 설립건수는 5년간 연평균성장률(CAGR) 17%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데이터센터에 도입되는 각종 장비와 기술들은 여전히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 컴퓨팅장비부터 시설 운영을 위한 배터리·공조장비 등 대부분이 그렇다. 과기정통부가 2018년 조사한 국내 데이터센터 중 국산장비 활용 비중은 28%에 그쳤는데,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공공부문 정보자원 현황 통계보고서’에서도 2023년 기준 공공부문 하드웨어(서버·스토리지·백업·네트워크장비 등)의 국산화율이 35.58%로 여전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국내에 설립된 데이터센터일지라도 정작 알맹이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며 기술 자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그냥 외산제품을 조립해 파는 국산장비 업체도 많았다지만, 지금은 직접 개발해 공급하는 경우라도 국산장비 선호도가 여전히 낮다”며 “국산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과기정통부는 연내 발표할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 차원에서도 장비 국산화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장비 관련 국내 기업 현황 등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국산화뿐만 아니라 이들의 해외진출까지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할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지원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예산안 통과가 전제돼야 하는데다 예산 규모 자체도 100억원 미만으로 크지 않아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이번 예산안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되며 정기국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되며, 통상 12월경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산업에 관계된 주무부처가 산업부와 국토부 등 다양하다보니 과기정통부 내에서는 데이터센터만을 위한 세부 사업 예산이 책정된 사례가 별로 없었다”며 “어떻게 될지는 연말까지 가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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