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반도체 공급망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업계에서 주목받는 품목 중 하나가 반도체 기판이다. 반도체 패키징에 쓰이는 부품으로 칩과 디바이스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부족 사태가 촉발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러브콜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면 대덕전자가 가장 눈에 띈다. 2년 새 수천억원을 투입하면서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23일 대덕전자는 “반도체 기판 공급 과잉이 언젠가 오겠지만 2~3년 안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공급난이 해소된다는 건 데이터센터, 전기차, 자율주행 등 신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덕전자의 전신은 1972년 8월 세워진 한국우라하마전자공업이다. 고 김정식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1974년 4월 대덕전자로 이름을 바꾸고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을 본격화했다. 1980년대부터 국내 반도체 산업과 성장해왔다. 2018년 11월 관계사 대덕GDS를 흡수합병했고 2020년 5월 인적분할하면서 재탄생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대덕(31.46%)이다. 이곳은 김영재 대표가 지분 33.54%를 보유한 지주회사다. 김 대표는 김 전 회장의 차남이다. ㈜대덕은 대덕전자 외에 와이솔, 엔알랩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대덕전자는 여러 종류의 PCB를 다룬다. PCB는 회로패턴이 그려진 판대기로 주문생산 방식을 통해 고객사에 조달된다. 주요 거래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스태츠칩팩 ▲윈팩 ▲앰코 등이다. 지난 3년 매출액은 ▲2019년 1조700억원 ▲2020년 6206억원 ▲2021년 1조원이다. 지난 3년 영업이익은 ▲2019년 474억원 ▲2020년 27억원 ▲2021년 725억원이다.
실적 등락 요인은 제품 특성 때문이다. 업황 영향이 큰 메모리 기판이 매출 6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스마트폰 등에 투입되는 기판 시장이 침체했다. 이에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한창이다.
삼성전기와 마찬가지로 고밀도회로기판(HDI)에 이어 경연성(RF)PCB 사업을 종료하는 수순이다. 중국 업체 저가공세로 인한 경쟁 심화 및 모바일 시장 부진이 겹친 탓이다. 대덕전자는 “RFPCB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물량을 줄이고 있다. 올해 말이면 거의 생산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공들이는 분야는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다. 둥근 돌기인 솔더 범프로 칩과 연결되는 PCB다. 칩과 기판이 밀착돼 와이어 방식 대비 적은 신호 손실과 빠른 전달력이 강점이다. 고성능인 만큼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하이퍼포먼스컴퓨팅(HPC) 칩에 쓰인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시장이 커지면서 FC-BGA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시장조시가관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지난해 FC-BGA 시장은 전년대비 39% 커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25% 확대될 예정이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1%로 2011~2020년간 성장률(1.2%) 대비 약 10배다.
대덕전자는 2020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4차례 신규시설투자 공시했다. 총 5400억원으로 모든 금액이 FC-BGA 증설에 사용됐다. 현재 생산능력(캐파)은 2400억원 규모로 오는 2025년까지 7000억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우선 전장용 FC-BGA를 납품하고 있다. 북미 글로벌 기업과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업체 등이 거래 대상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PC 또는 서버 CPU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고객사와 설계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기대되는 제품은 고다층 PCB(MLB)다. 20층 이상 고다층 구조가 특징인 부품이다. 최근 고속 대용량의 5G 및 자율주행 시장 대응 차원에서 특수 원자재가 적용되고 있다. 대덕전자는 통신 및 네트워크 분야에 적용되는 MLB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국내외 통신장비회사가 주요 고객사다. 국내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경쟁사다.
기존 메인인 메모리 기판은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 메모리 패키징에는 ▲칩스케일패키지(CSP) ▲보드온칩(BOC) ▲멀티칩패키지(MCP) ▲FC-CSP ▲FC-BOC 등 기판이 활용된다. 대덕전자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제품은 면적이 25% 커지고 필요 물량도 많아진다”며 “가격은 약 15% 오른다”고 이야기했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인텔이 호환 CPU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열린 상태다. 심텍 해성디에스 코리아써키트 등이 경쟁하고 있으나 메모리 기판 역시 부족한 만큼 업황은 긍정적이다.
변수는 반도체 기판 장비 수급이다. 기판을 만드는 설비마저 공급난에 직면했다. 증설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덕전자는 “주요 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이 2년을 넘는다. 최근 공시에 투자 기간을 2024년 말까지 설정한 것도 이러한 상황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대덕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053억원 영업이익 4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336억원, 67억원임을 고려하면 사업 구조 전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