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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 이제부터 눈치싸움…상처뿐인 영광 누구에게로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과 KT의 주파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양사는 1.8GHz 주파수를 놓고 8일째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격은 4455억원에서 8941억원으로 2배가 뛰었다. 26일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주파수 가격은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SKT나 KT 모두 원활한 LTE 서비스를 위해서는 1.8GHz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무한정 베팅할 수는 없다. 투자 대비 효율성을 생각해 봐야 되기 때문이다.

이미 1.8GHz 주파수는 국내 주파수 할당 최고액을 넘겼다. 2001년 3G 용도로 나온 2.1GHz 주파수는 무려 1조3000억원에 SK텔레콤에게 할당됐다. 하지만 주파수 이용기간이 15년인데다 상하향 20MHz, 총 40MHz폭으로 지금 경매가 진행되는 1.8GHz의 2배다. 1.8GHz는 이용기간이 10년이다. 즉, 주파수 폭과 할당기간을 감안할 때 이미 1.8GHz는 사상최고액을 경신한 셈이다.

상황이 이쯤되다 보니, 이제는 빠지는 시점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제 아무리 주파수가 중요하다지만 최초 경매가의 2배가 넘는 가격이 형성됐기 때문에 투자대비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경매에 나온 1.8GHz와 2.1GHz의 최저경쟁가격은 모두 4455억원이다. 최저경쟁가격은 정부가 판단한 주파수의 최소 적정가치이다. 특히, SKT, KT 모두 원했던 2.1GHz를 LG유플러스 단독입찰로 결정하면서 정부가 정한 가치인 만큼,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은 아닌 것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봐도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이제 주파수 가격이 1조원에 육박한 만큼, SKT, KT 모두 ‘고’를 할지 ‘스톱’을 외칠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무작정 베팅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승자의 저주’ 우려 때문이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2000년대 초반 3G 주파수 경매에서 돈을 너무 많이 쓴 유럽 통신사들은 경영난에 처해 주파수를 반납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다. 방통위는 주파수 정책과 요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지출로 요금인하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황금알을 낳는다던 3G 주파수 때보다 부담이 배로 커졌다”며 “이래서는 요금인하는 커녕 오히려 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주가는 과열 우려가 시작되던 시점인 18일 15만6000원이었던 SK텔레콤 주가는 25일 15만2000원으로 하락했다.  KT 역시 18일 3만8750원이던 주가가 3만6800원으로 떨어졌다.

양사는 서로 “경쟁사가 일부러 가격만 올리고 있다”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포기’라는 단어는 입밖에 내지 않고 있다. 여전히 1.8GHz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대역”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고위층은 ‘스톱’을 외쳐야 하는 시점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만간 SKT-KT 양사간 주파수 전쟁도 끝이 날 예정이다. 하지만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부담은 피할 수 없게 됐고,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한 사업자는 경쟁사의 행보에 불안할 수 밖에 없게 될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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