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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개 업체 난립… 차량용 블랙박스 소비자 피해 주의보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지난해 차량용 블랙박스를 구입한 직장인 A씨는 제조사가 도산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고장난 전원 케이블을 고치지 못한 A씨는 눈물을 머금고 새로운 제품을 구입해야만 했다.

#자영업자 B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값이 저렴한 블랙박스를 구입했으나 이내 새 제품으로 교체했다. 야간 촬영시 앞 차량의 번호판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고, 사고가 난 뒤 메모리 카드를 뒤져보니 영상이 찍혀있지 않았던 게 결정적 교체 이유였다.

블랙박스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보험료 할인 혜택, 교통안전법 개정 등으로 해당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 난립에 따른 폐해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올 조짐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 블랙박스 업체인 아이벤츄리는 지난해 하반기 폐업했다. 이 회사의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애프터서비스(AS)를 받지 못하고 있다.

몇몇 군소업체의 경우 중국산 저가 제품을 한 두 모델 내놓고 사후서비스는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해서 구입했더니 야간에는 앞 차량의 번호판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영상 품질이 형편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영상이 자동으로 녹화되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니 불안해서 새 제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차량용 블랙박스와 관련된 피해구제건은 2010년 21건에서 지난해 54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장은경 한국소비자원 홍보팀장은 “절대 건수로는 작지만 추이로 살펴보면 피해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박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랙박스는 기술장벽이 낮은 탓에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만도 100여개가 넘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이보다 두 세배수 정도로 많다”라며 “중국에서 만든 저질 블랙박스를 그대로 들여와서 파는 업체가 많기 때문에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 AS를 고려해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블랙박스 시장은 2010년 25만대에서 지난해 50만대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도 작년 대비 2배 가량 성장한 10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심화에 따라 앞으로도 도산하거나 한 두 제품 내놓고 사업을 접는 사례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며 “과거 내비게이션 업계도 이런 식의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 사례가 나온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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