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GA에 AP를 더하면…자일링스 ‘징크’ 자동차 표준으로 자리 잡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꼽으라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빠질 수 없다. AP는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며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다. PC에서 중앙처리장치(CPU)를 보고 성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AP와 같은 반도체는 한번 설계해서 안정화에 들어서면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 초기에는 고객이 특정 용도의 AP를 주문하면 이에 알맞게 설계에 들어가는데 이를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이라 부른다. 이후 주문된 ASIC을 여러 고객이 사용하게 되면 ASSP(Application-Specific Standard Product)라고 명명한다.
ASIC나 ASSP와 달리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는 용도에 따라 얼마든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반도체다. 일종의 도화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사용자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일링스는 FPGA 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FPGA보다는 상대적으로 ASSP가 더 크다. 이는 FPGA가 특정 용도로 사용되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ASSP 시장 자체가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FPGA에서 날고기는 자일링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FPGA 고유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ASSP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이었다.
자일링스코리아 안흥식 지사장은 “전체적인 시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 파워PC 아키텍처를 이용한 통신 프로세서”라며 “통신 프로세서 이후 DSP(Digital Signal Processing) 시장에 진출했고 나름대로의 성과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자일링스는 FPGA 용도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기획했고 이것이 바로 ‘징크’가 탄생한 기본적인 배경이다.
징크는 내부에 ARM 코어텍스 A9 아키텍처가 내장되어 있다. 듀얼코어 기반이며 1기가헤르츠(GHz) 속도로 작동한다. 말 그대로 FPGA안에 AP가 내장되어 있는 셈이다. 이 정도 AP 성능이라면 삼성전자 갤럭시S2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FPGA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AP가 널리 쓰이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안 지사장은 “자동차는 물론 공장 자동화와 모터 컨트롤, 헬스케어,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 군사용 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접목이 가능한 것이 징크의 장점”이라며 “특히 자동차의 경우 벤츠, 아우디, BMW와 같은 완성차 업체는 물론 하만카돈, 보쉬와 같은 전장업체에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에 징크가 사용되는 이유는 하나의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종류의 자동차에 적용이 가능해서다. 예컨대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시스템을 하나만 잘 만들어놓으면 소형, 준중형, 중형, 중대형, 대형에 이르기까지 각 세그먼트에 알맞게 최적화가 가능하다. 이전에는 각 세그먼트별로 모두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개발해야 했다.
여기에 ASSP와 달리 FPGA는 수명주기가 길고 신뢰할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기능이 추가되면 얼마든지 다시 프로그래밍해서 집어넣으면 그만이다. 자동차는 한번 구입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FPGA는 자동차와 같이 수명주기가 길고 신뢰성과 안정성을 따져야하는 분야에 제격이다.
안 지사장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도 징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지난 7월부터 샘플이 들어간 상태”라며 “제품 디자인에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년 이후에는 징크가 내장된 자동차를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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