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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지만 이긴’ 이세돌, 1대4 아름다운 마무리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16-03-15 1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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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 5국서 팽팽한 접전 이어져…알파고도 초읽기 들어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이세돌 9단이 15일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에서 알파고를 맞아 접전 끝에 불계패했다. 팽팽하게 접전이 이어진 아쉬운 승부였다.

이번 대회는 이 9단이 이미 3연패를 기록, 승패가 갈린 상황이다. 알파고가 완벽한 기력을 선보인 3국 이후 세간에서 ‘알파고가 신의 영역에 들어선 게 아닌가’, ‘인공지능이 무섭다’ 등의 반응이 나온 가운데 이변이 일어났다. 이 9단이 4국에서 역전승을 일궈냈고 그야말로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난공불락의 인공지능에 맞서 고군분투한 이 9단에 대한 세간의 평가만 보면 ‘졌지만 이긴’ 대회다.

5국에선 이 9단이 초반 우세를 보였다. 우하에 큰 집을 형성했다. 그러나 초중반 이후 알파고가 인간 수준을 뛰어넘은 기력을 보였다.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이 알파고의 바둑을 이창호 9단의 ‘안정적인 기풍’에 비교하면서 “너무 잘 둔다”고 평가했다.

오후 4시를 넘어서면서 알파고의 공세에 9단의 패색이 짙어졌다. 양측 모두 이렇다 할 실수 없이 이 9단이 기력에서 밀리는 느낌의 대국이 이어졌다. 김 9단은 “변화를 꾀할 데가 없다”, “엄청나게 진 건 아닌데, 지는 그림으로 가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알파고의 이상한 착수가 나왔지만 그 와중에 대세를 뒤집을 만한 이 9단의 ‘신의 한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착수라고 해도 큰 실수는 아니었다. 팽팽한 접전이 계속됐다.

중간 중간 이 9단이 살아나는 그림도 그려졌다. 4시40분께 외줄타기가 이어졌다. 김 9단은 “끝까지 갈 바둑”이라며 “이렇게 해서 이기면 최고다. 바둑내용으로, 계산으로 알파고를 이긴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시28분, 알파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공지능을 상대로 그만큼 치열한 대국이 이어졌다는 방증이다. 이 9단이 분전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만한 변화는 나오지 않았다. 알파고의 끝내기는 강했다.

5시45분, 이 9단이 돌을 던지지 않았지만 이미 승패는 갈렸다. 알파고의 불계승이다. 김 9단은 “이세돌 9단도 진 건 알고 있을 것”이라며 “돌은 던지지 않는 건 아쉬워서 그렇다. 투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봤다.

이 9단은 5시51분, 마지막 초읽기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떴다. 끝을 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곧 자리에 돌아와 고심을 거듭했으나 이 9단의 굳어진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오후 6시, 이 9단이 결국 백 280수에 돌을 던져 패배를 인정했다. 아쉬움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 인간과 인공지능 간 세기의 대결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날 이 9단은 자신의 바둑을 뒀다. 약점을 찾기보다는 정면 승부를 걸었다. 김 9단은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서 두는 게 아닌 1대1로 붙었을 때 이길 수 있었나를 보고 싶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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