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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비켜”…IBM, ‘오픈파워 연합’ 앞세워 '슈퍼컴' 탈환 야심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슈퍼컴퓨터로 대변되는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 IBM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엔비디아, 구글 등과 결성한 오픈파워 재단 회원사들과의 협력을 통해서다. 자사의 중앙처리장치(CPU)인 파워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멜라녹스의 네트워크 인터커넥트 등을 결합해 인텔이 주도하고 있는 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이 결과물이 출시됐다. IBM의 리눅스 기반 서버 신제품 LC 시리즈 3종이다. 대표 제품이 2개의 IBM 파워8 프로세서와 4개의 엔비디아의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 테슬라 P100 GPU를 결합한 형태의 ‘HPC용 파워시스템 S822LC(코드명 : 민스키)’이다.

특히 이 제품은 양방향 고속 연결버스인 엔비디아의 엔비링크(NVLink) 기술을 통해 IBM 파워칩(CPU)와 엔비디아 GPU를 직접 연결시켜 데이터 이동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엔비링크는 실리콘 단계에서 내장되고 전체 시스템 설계에 통합돼 인텔 x86 기반 시스템보다 5배나 더 빠른 데이터 이동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양사의 기술이 결합된 제품 출시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지난 6월 전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순위를 살펴보면 IBM의 시스템은 38개에 불과하다. 파워프로세서를 탑재한 슈퍼컴퓨터도 23대밖에 안된다.

‘블루진’과 같은 IBM의 슈퍼컴퓨터는 여전히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지만, HPE와 같은 경쟁사가 127개의 시스템을 기록한 것에 비해선 초라한 성적표다. IBM은 2014년 자사의 x86 서버 사업부를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파워프로세서’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더 이상 인텔과 협력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새로운 타개책이 필요하다.

엔비디아 역시 마찬가지다. 병렬처리가 중요한 HPC 환경에서 GPU가 시장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실제 6월 발표된 500대 슈퍼컴퓨터 가운데 엔비디아 페르미나 케플러 GPU를 사용한 시스템은 63개나 됐지만, CPU 없이는 독자적인 행보가 어렵다. 전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가운데 90%가 인텔 x86 계열 CPU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인텔은 제온 파이와 같은 가속기를 출시하며 GPU 진영을 경계하고 있다. 제온 프로세서와의 호환성과 개발 툴 및 라이브러리 등 고객이 이미 사용하기 편리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강조하며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제온 파이의 경우 지난 6월 상위 500대 슈퍼컴 가운데 23개에 탑재됐다. 최근엔 부팅 가능한 첫 호스트 프로세서까지 출시했다. 물론 인텔 제온 프로세서와 제온 파이, 엔비디아 GPU를 혼합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전체 500대 슈퍼컴 가운데 3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GPU가 필요한 IBM과 CPU가 필요한 엔비디아의 결합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인텔과 같은 골리앗을 상대하기 위해선 연합작전이 필수적이다. 양사는 단순히 HPC 시장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나 딥러닝, 고성능 데이터 분석 등 연산 집약적인 작업이 필요한 분야까지 이를 확대시켜 나갈 방침이다.

실제 이번 S822LC 서버와 함께 IBM은 ‘파워 시스템S821LC’ 및 ‘빅데이터용 파워시스템 S822LC’ 등 두가지 신제품을 출시했다. 두 제품 역시 시스템 성능 향상을 위해 고객들은 엔비디아 테슬라 K80 GPU 가속장치를 PCle를 통해 장착할 수 있다. FPGA 가속장치와의 양방향 고속 연결을 위해 S821LC와 빅데이터용 S822LC에서 제공되는 CAPI(Coherent Acceleration Processor Interface) 이용이 가능하다.

한국IBM 역시 이번 시스템을 통해 국내 HPC 시장은 물론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한국IBM 서버 사업부 총괄 한상욱 상무는 “이번 발표를 통해 IBM이 ‘HPC 시장에 다시 돌아왔다는 점(Returns to HPC)’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미 오픈파워 재단을 통해 고객 워크로드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S822LC의 경우, 기존 인텔 서버가 갖고 있는 특정 한계점을 넘어서는 기술을 장착했다”고 강조했다.

한국IBM 허욱 시장은 “새롭게 출시된 시스템을 통해 제조, 금융 등의 영역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국내 보험사 등 금융권은 2020년까지 새 회계시스템(IFRS4)을 도입해야하는데, 이를 위해선 기존 시스템에 비해 많은 데이터를 계산, 분석해야 하는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IBM은 이번 시스템 출시와 함께 파워프로세서, 엔비디아 GPU와 결합한 새로운 로드맵을 발표했다.

엔비링크와 결합된 파워8 프로세서 기반 제품에 이어 내년에는 향상된 CAPI 및 엔비링크 등이 강조된 파워9 프로세서와 이를 기반으로 한 서버 신제품 ‘위더스푼(코드명)’을 출시할 예정이다. 파워9은 14나노미터 공정에 CPU 하나당 24개 코어가 탑재된다. 2020년 이후에는 10나노 공정의 파워10도 출시된다.

최근 방한한 마크 웨스트 IBM 본사 HPC 전략·사업개발 총괄 임원은 “IBM은 HPC 분야에서 시뮬레이션, 데이터 분석, 인지컴퓨팅 등 세 분야의 포괄적인 솔루션을 바탕으로 엔비링크와 CAPI, 메모리 밴드위스, SW 혁신 등을 함께 발전시키고 있다”며 “이번에 출시된 S822LC의 경우 이미 영국 과학기술장비위원회(STFC), 미국 미시건대학, 독일 물리학연구소(DESY), 미국 에너지부 산하 핵안보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등에 공급됐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와 함께 추진 중인 ‘코랄 프로젝트’를 위해 내년까지 파워9 프로세서 기반의 3억2500만달러 규모 슈퍼컴퓨터 2대를 인도할 예정이다.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지난 6월 기준 4위에 오른 슈퍼컴퓨터 ‘세콰이어’를 보유하고 있다. 코랄 프로젝트는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내용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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