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원익IPS가 원익테라세미콘 합병에 대해 지난달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합병 주간사 후보를 NH투자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3곳으로 압축했다. 앞서 2년 전 합병을 추진했으나 주주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어 더욱 신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병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익히 알려졌듯 ‘시너지 증대’다. 양사를 합쳐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원익IPS와 원익테라세미콘은 각각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이 주력이다. 원익IPS는 반도체 매출 비중이 70~80% 정도지만, 테라세미콘은 약 60~70%가 디스플레이 매출이다. 합병 후 R&D(연구개발) 및 영업 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CS(고객만족) 관련 인력 운영을 규모 있으면서도 부족함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현재 CS 관련 인력이 각각 주력 사업 위주로 편성돼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원익IPS는 최근 합병 주간사 선정을 위해 참여 의향이 있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후보를 NH투자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3곳으로 추렸다. 이달 중으로 주간사 선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합병 확정 발표나 이행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다시 합병하기로 결정한 것은 맞다”라며 “R&D 확대, 제품 라인 다각화, 영업 능력 확장 등을 위해 합병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8월 28일 관련 흡수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닥시장본부는 풍문이나 보도에 대한 조회 공시를 양사에 요구했다. 이에 8월 29일 원익IPS와 원익테라세미콘은 각각 공시를 통해 “제품 다각화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익테라세미콘과 합병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부분은 없다”라고 밝혔다.
공시 상으로는 ‘검토’라고 표현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합병을 ‘결정’해 진행 중이다. 2년 전 주주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어 최대한 잡음 없이 진행하려는 의도다. 다만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차 무산될 가능성이 있어 이미 대외적으로 알려졌어도 회사 차원에서 공식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건 일차적으로 양사 간 제품 라인업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라며 “원익IPS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패널사 매출이 좋은 원익테라세미콘 힘을 빌려 디스플레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원익테라세미콘의 열처리 장비는 삼성전자 일부 구성에만 들어가 있는데 합병 후 원익IPS의 기존 고객사인 SK하이닉스 및 UMC 등으로 열처리 장비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비 회사는 R&D 및 CS 관련 인력이 중요하다. 원익IPS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분야에서 CS 인력 운영이 잘 돼 있는데, 테라세미콘은 중국 쪽과 삼성 디스플레이에 대한 고객 대응이 잘 돼 있다. 합병 후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원익 측은 2년 전보다는 합병을 추진하기 좋은 상황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016년엔 지배 구조 개편 성격이 짙었다. 공정 거래법상 지주회사 충족 요건 20% 지분을 채우는 과정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원익홀딩스가 가진 원익IPS, 원익테라세미콘 지분이 높아졌고 합병 후에도 어느 한 회사의 지분이 희석되는 우려도 줄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6월말 기준, 지주회사 원익홀딩스가 보유한 원익IPS, 원익테라세미콘 주식은 각각 32.85%, 30.15%다.
원익IPS는 지난 2016년 4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지주회사 원익홀딩스와 신설회사 원익IPS로 회사를 분할했다. 이후 원익IPS와 테라세미콘의 합병이 추진됐다. 당시 주가가 비슷한 편이었던 양사의 합병 비율은 1:1.05 수준이었으나, 테라세미콘 주주들은 1:1.1~1.2 정도가 되어야 한다며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현재 시뮬레이션 해보면 원익IPS, 원익테라세미콘의 합병 비율은 약 1:0.7 정도로 나온다. 합병 결정일 전 일정 기간의 주가 흐름을 토대로 가중 평균해 합병 비율을 산출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