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M&A 고려…자사주 활용할 듯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SK하이닉스가 M&A(인수합병)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사주 매입 결정도 M&A를 위한 포석인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M&A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애초 M&A를 고려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던 것”이라며 “현금으로 그냥 가지고 있기보다는 저평가되어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 주식에 투자한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앞서 7월 SK하이닉스는 보통주 2200만주를 7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애초 M&A에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만큼, 현재 자사주 소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추후 M&A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없어진다면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기업은 자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볼 때 자사주 매입을 통해 미래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주가 상승 후 자사주를 팔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말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메모리 고점 논란’ 영향으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미래 주가 상승을 자신한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이전 자사주를 매입했던 2015년에 평균 매입 단가가 3만원 수준이었는데 당시보다 지금 현재 가치가 굉장히 높아져 성공적인 자사주 매입이었다고 볼 수 있다”라며 “현금으로 들고 있기보다 저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식에 넣어놓으면 향후 M&A나 다른 호재 이슈가 발생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더 확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M&A를 추진할 가능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국내 회사를 인수한다면 SK하이닉스보다는 그보다 윗선인 (주)SK 등이 인수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며 “다만, 100% 흡수할만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라면 SK하이닉스가 직접 M&A를 진행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나 비메모리 쪽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에 이어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몇 년 동안 계속 소규모 벤처 투자를 진행해 왔는데 대부분 IT 솔루션 분야”라며 “파운드리, 비메모리 쪽은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소규모 벤처 투자에 몇 년간 공을 들여왔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중국 법인을 통해 현지 투자회사에 약 540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중국 현지 반도체·IT 분야 벤처 및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목표다. 앞서 2016년엔 중화권 벤처에 투자하기 위해 홍콩에 투자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무엇보다 최근 SK텔레콤이 존속 사업회사와 신설 투자회사로 물적분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가 M&A를 모색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M&A를 실행하려면 피인수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물적분할 후 SK텔레콤 투자회사가 중간지주사가 되면 SK하이닉스는 이 기준을 벗어나 보다 유연하게 M&A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아직은 업계 관측대로 SK텔레콤이 물적분할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규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기존 20%에서 30%로 올리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대로라면 SK텔레콤이 중간 지주사가 되기 위해 SK하이닉스 주식을 10% 가량 더 매입해야 한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20.07%다. 현재 주가 수준이라면 대략 5조~6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더 사들여야 한다.
만일 물적분할이 이뤄진다면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으로 관련 기업 주가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도 이 같은 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황 우려로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향후 구조 개편이 호재로 작용하면 투자 재원이 확대된다는 계산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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