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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물건값 절반이 TV홈쇼핑 몫…홈쇼핑-유료방송 수수료의 진실

채수웅
<롯데홈쇼핑 화면 캡쳐>
<롯데홈쇼핑 화면 캡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쇼핑을 하다보면 가끔 이런 궁금즘이 들텐데요. 같은 제품인거 같은데 백화점가격, TV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가격이 제각각인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정찰제가 적용되는 제품이나 제조사의 출고가격이 붙는 상품 등의 경우 논란의 소지가 적지만 의류나 식품 등의 경우 유통 유형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프라자 처럼 삼성이 만들고 삼성이 판매하는 경우 내부에 정해진 룰대로 판매가 이뤄지겠지만 삼성전자가 만들더라도 그 제품이 백화점에서 판매하느냐 마트나 온라인, 또는 TV홈쇼핑에서 판매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달라집니다.

왜 그런 경우가 발생할까요.

유통에 있어 마진을 남기는 구조, 유통업태별로 수수료비율이 제각각이기 때문인데요. 여기서는 TV홈쇼핑을 중심으로 알아볼까 합니다.

예를 들어 청바지의 경우 TV홈쇼핑에서는 수수료로 41.1%를 떼갑니다. 백화점은 30.3%, 대형마트는 21.3%, 아울렛은 18.9%, 온라인쇼핑몰은 15.2%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합니다. 여기서 업태별로 각 회사마다 수수료가 제각각이고 TV홈쇼핑의 경우 방송시간에 따라 수수료가 확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판매수수료는 계약상 명목수수료와 실제 적용되는 실질수수료로 구분이 됩니다. 명목수수료는 정률수수료, 정액수수료, 혼합수수료, 혼합(M)수수료로 세분화됩니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위에서 언급한 청바지 수수료율은 정률수수료 입니다. 정률수수료는 상품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부과하는 판매수수료 입니다. TV홈쇼핑의 경우 10만원짜리 여성 청바지를 샀다면 그 중 4만원은 TV홈쇼핑에 돌아가는 셈입니다. 정률수수료율은 롯데홈쇼핑이 39.1%로 가장 높고 공영홈쇼핑이 23%로 제일 낮았습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건강식품에 대해 46.2%의 수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정액수수료는 판매액과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판매수수료 입니다. 주로 TV홈쇼핑이 도입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형유통업체 유통거래 실태조사(2019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5개 TV홈쇼핑은 60분 방송에 평균 82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정액수수료가 9950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홈앤쇼핑이 5671만원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TV홈쇼핑의 정률수수료율 비중은 30~40%가 44.7%로 가장 많았습니다. 40~50%도 30.1%에 달했습니다.

그러니까 TV홈쇼핑에서 물건을 사면 대충 30~40%는 수수료로 홈쇼핑업체에 넘겨준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생각해보니 많이 떼가는 것 같죠. 위에서 언급한 청바지를 비롯해 여성의류의 정률수수료율이 30% 후반대, 40% 초반대로 가장 높습니다. 여성정장의 경우 38%인데 온라인쇼핑몰은 13.5% 입니다. TV홈쇼핑의 경우 화장품 등 미용용품이나 아웃도어도 30% 후반대로 상당히 높습니다. 반면 대형마트나 아울렛, 온라인 쇼핑몰은 13~20% 수준입니다.

대표적으로 높은 상품군을 예를 들었지만 남성의류, 문화, 스포츠레저, 잡화, 가전 등 모든 제품의 수수료가 TV홈쇼핑이 제일 높습니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다만 수수료가 높다고 상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TV홈쇼핑에 의류, 속옷 등을 납품하는 곳들은 대표적으로 원가절감부터 디자인 등을 TV홈쇼핑 판매에 최적화 시킨다고 합니다. TV홈쇼핑에 수수료를 많이 지불하다보니 실제 제조사 마진은 낮을 수 밖에 없겠죠. 수수료가 높은 만큼, 판매전략은 박리다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디다스, 퓨마, 리복 등의 속옷을 판매하는 코웰패션의 경우 TV홈쇼핑의 대장주와 같은 회사입니다. 주요 글로벌 브랜드와 브랜드 계약을 맺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입니다. 여성속옷의 경우 수수료율이 35.9% 입니다. 이 회사는 원가절감에 박리다매 전략으로 지난해 4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TV홈쇼핑 업계에선 반드시 거래해야 하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납품업체가 이럴 수는 없겠죠. 이런저런 이유 감안해도 수수료율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TV홈쇼핑이 폭리를 취한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수준이죠. 세상에 물건좀 팔게해줬다고 40%나 떼어가다니요. 말이 40%지 여기에 광고비, 물류배송비 등 표면화되지 않은 비용까지 포함시킬 경우 납품업체들의 부담은 판매금액의 절반가량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많은 나라에서 TV쇼핑을 하겠지만 우리의 경우 좀 구조가 특이한 상황입니다. 대부분 TV홈쇼핑은 지상파, 종합편성 사이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른바 황금채널이라고 하죠. 20번대 이하에서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사이사이마다 홈쇼핑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히 홈쇼핑 공해라 부를정도입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판매 대란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채널을 돌리다가 홈쇼핑 상품에 들러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잘하는 쇼호스트들이 지금안사면 다시는 이런 혜택이 없다, 마감 임박이라는 말로 소비자들을 현혹하죠. 결국 TV홈쇼핑의 생존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채널의 위치입니다. 8번에 있는 A홈쇼핑이 88번으로 이동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매출이 10분의 1토막이 날 것입니다.

그래서 TV홈쇼핑은 채널전략이 제일 중요합니다.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능력보다 앞서는 것이 채널의 위치입니다. 좋은 번호에 입점하기 위해 유료방송사에 송출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좋은 위치일수록 비쌉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방송사들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은 IPTV가 9064억원, 케이블TV 7468억원, 위성방송 1746억원이었습니다. 비율로 치면 홈쇼핑 매출의 49.6%에 달합니다. 물건 팔아서 번돈의 절반을 유료방송사에 바치는 것입니다. TV홈쇼핑 뿐 아니라 유사홈쇼핑인 T커머스 역시 자리경쟁이 치열합니다. 유료방송사들이 가입자 증가에 목숨거는 것도 가입자가 많을수록 비싼 송출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TV홈쇼핑에 10개의 T커머스까지 지나치게 홈쇼핑채널이 많다보니 한때 TV쇼핑을 한 곳에 모으는 채널연변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유료방송, 홈쇼핑 업계 모두로부터 강한 반대에 직면해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단 1시간에 물건을 팔아야 하는 TV홈쇼핑 특성도 있지만 결국 부담은 납품업체에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소비자 역시 비싼 수수료율을 생각한다면 바가지 썼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겠죠. 도대체 원가가 얼마길래.

정부에서는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판매 수수료를 인하하기 위해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마련하는등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이드라인 준수를 재허가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어 보입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판매수수료율과 실제로 납품업체들의 부담간 차이가 있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습니다.

물건을 팔수 있는 플랫폼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OTT의 강세로 TV 앞에 앉아있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판매업체-TV홈쇼핑-유료방송간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현재 누리고 있는 지위를 인터넷 기반 쇼핑몰들에게 빼앗길 수 있습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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